> 공연명 : 두드림러브 시즌2
> 공연날짜 : 2009. 10. 4 (일) 2시
> 공연장소 : 대학로 라이브극장
> 작,연출 : 최창열
> 음악 : 장소영
> 안무 : 조재휘
> 캐스트 : 명훈-박일곤, 수희-지니, 멀티맨-박경호, 앙상블-지상록,이나영


- 소극장 뮤지컬을 바라보는 시각의 아쉬움

전 옛날부터 소극장 뮤지컬에 관심이 아주 많았습니다. 대극장 뮤지컬의 스펙타클과 화려함보다는 소극장 뮤지컬의 아기자기함과 소소함, 그리고 그 다양성을 좋아했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대극장 뮤지컬들이 만들어내는 뮤지컬의 전형적인 이미지들(쇼적인, 화려한, 웅장한) 보다는 소극장이란 아담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의 여러가지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괜찮은 소극장 뮤지컬들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뮤지컬을 더 자주 찾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이 뮤지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도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이제 시간은 많이 흘러 뮤지컬은 여전히 붐이고 창작뮤지컬도 참 많아졌고 대학로에선 하루에도 수십편의 소극장 뮤지컬이 올라가고 있는데요. 과연 제가 꿈꿔왔던 대로 되어 가고 있는 걸까요?

언제부터인가 대학로에는 비슷한 작품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굳이 제목을 나열하지 않아도 몇 작품정도는 다들 떠오르실텐데요, 소위 로맨틱 코메디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들은 비슷비슷한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사랑얘기를 하고 있죠. 남녀간의 설레이는 사랑에서부터 가족간의 훈훈한 사랑까지 그 모습은 각각 다르지만 '러브러브'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형식적으로는 극의 중심축인 주인공들이 있고 '멀티맨'이라는 감초 캐릭터가 등장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며 극을 이끌어가죠. 결론은 뭐 뻔하게 해피엔딩입니다. 아웅다웅 갈등을 겪던 주인공들이 사랑을 깨닫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 뭐 그런 내용이죠. 거기다 귀에 감기는 발라드풍 러브송까지 더해지면 로맨틱 코메디 뮤지컬이 완성됩니다.

마치 '사랑은비를타고'에서 시작된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가 '지하철1호선' 이후 대세가 된 1인다역 멀티맨 시스템과 결합했다고나 할까요? 뮤지컬 '두드림러브'는 이러한 로맨틱 코메디 뮤지컬의 라인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뮤지컬'틱'한 몇가지 설정들도 가지고 있죠. 일단 기억을 지워주는 영화관이라는 동화적인 소재가 등장합니다. 'lost in memories'란 SF적 이름을 가진 이 '추억의 영화관'은 천사랄까 요정이랄까 알록달록한 삐에로 복장의 종업원(?)들과 함께 다분히 비현실 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판타지적인 설정은 마치 가깝게는 '찰리와초콜릿공장'의 초콜릿공장과도 같은, 멀게는 '메리포핀스'나 신데렐라의 '비비디바비디부 요정할머니'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천사? 요정? 몸바쳐 희생하는 멀티맨들~


뭐 뮤지컬이 꿈과 환상에 좀 더 가까운 장르인 것 같긴 합니다. 일상생활(?) 중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현실과는 어느정도 동떨어져 있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너무나도 '서양적인', 너무나도 '뮤지컬적인', 그래서 뭔가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듯한 어색함이 느껴지는 건 저만의 아쉬움일까요? 그래서 '뮤지컬은 이러이러하지~'라는 흔한 설정들이 뮤지컬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게 할까봐 걱정이 되는 건 저만의 노파심인걸까요?

뮤지컬 '두드림러브'는 자칫 잘못하면 손발이 오그라들 그 판타지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듭니다. 천사라고 할 수도 있고 요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멀티맨들의 알록달록 귀여운 복장과 행동들은 살짝 민망하기도 하다가 '웰컴 투 추억의 극장~ 웰컴 투 추억의 영화~'하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들을 듣다보면 또 작품에 빠져든 제 자신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 송쓰루(song through) 뮤지컬?

아 그러고 보니 음악을 담당하신 분이 저 유명한 장소영씨군요~ '형제는 용감했다', '싱글즈' 등의 음악을 만드셨던 분인데요 어쩐지 음악이 귀에 좀 들어온다 했더니 전작들의 분위기가 살짝 겹치기도 하네요. 멀티맨의 랩은 '형제는 용감했다'의 꼬부랑 할아버지 랩을 보는 듯 하고 발라드 풍의 러브 송들 또한 어떤 작품에 끼워넣더라도 어울릴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밖에도 '두드림러브'는 송쓰루 뮤지컬이란 타이틀을 홍보문구로 사용하는 만큼 많은 넘버들을 들려줍니다. 송쓰루 뮤지컬이란 대사를 최소화 하고 음악으로 드라마를 전개하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뮤지컬 형식상의 표현인데요, 그런만큼 노래의 분량이 많긴 합니다. 홍보자료에선 40여곡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넘버가 많다는 느낌은 들진 않았고 전작들보다 좀 더 드라마틱한 음악들이 많아졌다는 느낌은 들더군요. 평면적인 아리아나 듀엣곡 말고도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식의 노래의 비중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 키스 해도 되나요? 혀만 넣지 않으시면 됩니다~


기성곡과 뮤지컬 음악이 다른 점이라면 바로 이런 드라마틱한 구성일텐데요, '두드림러브'에서는 이 점에 있어서 어느정도 노력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성당의 첫키스 장면에서의 노래는 신부님과 고해성사를 하는 주인공이 서로 소절을 주고받으며 정교하게 짜맞춰진 뮤지컬 음악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이런 장면이 꽤 되더군요. 하지만 그정도이지 음악적 비중에 있어서 장소영씨의 전작들과 그다지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더랬죠. 게다가 뮤지컬 빅4(미스사이공,레미제라블,캣츠,오페라의유령)를 비롯해서 '노틀담드파리' 등 프랑스 뮤지컬들과 최근 내한한 '렌트', '지킬앤하이드'까지 우리 뮤지컬 관객들도 진정한 송쓰루 뮤지컬들을 많이 접해 본 상태인데 '송쓰루 뮤지컬'이란 타이틀에 고개를 갸웃거릴 관객들이 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와 이미지들

여기 이혼하려는 부부가 있습니다. 추억의 영화관을 찾은 이 두 부부는 자신들의 추억들을 하나둘씩 꺼내어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들춰낸 추억들은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죠. 바로 추억을 지워주는 영화관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추억의 영화관'이라는 동화적인 설정과 더불어 스토리에서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설정들이 등장합니다. 일단 기억을 지워준다는 설정은 어쩔 수 없이 기억상실장르의 대표주자인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떠올리게 됩니다. '라쿠나'사가 'lost in memories'란 이름의 영화관으로 바뀌었네요. 그리고 '이터널 선샤인'의 결말을 아신다면 두드림러브의 결말도 예측하실 수 있을테구요~ 그리고 과거의 추억속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과거회귀의 메카니즘은 조금 다르지만 '크리스마스 캐롤' 스쿠루지 영감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리고 음악을 전공하던 주인공 명훈이 클럽에서 연주를 하며 순수예술 운운하며 넋두리 하는 장면은 '너 지금 행복하니?' 하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생각나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익숙한 설정들이 단지 모방이나 차용처럼 느껴지진 않습니다. 추억의 영화관 설정은 주인공 수희와 명훈의 고교시절 첫만남에서부터 성당에서의 첫키스와 군대 면회의 추억 그리고 결혼식까지 둘의 추억들을 차례로 훑어 보는 그럴듯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멀티맨들도 망가질대로 망가져 가며 '재미'를 담당하고 있는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합니다. 너무 '웃음'만을 위한 부분이 살짝살짝 보이긴 했지만 그다지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작품의 동화적인 설정과 함께 이런 익숙한 방식과 익숙한 이미지들이 뭔지 모를 아쉬움을 남깁니다.


- 로맨틱 코메디 뮤지컬의 막차를 타다

처음에 말했듯이 소극장 뮤지컬의 강점이라면 여러가지 방식으로 무대위에 펼쳐보일 수 있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아닐까 싶은데요, 요즘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특히 창작뮤지컬들은 로맨틱 코메디가 아직도 대세인 것 같습니다. 리뷰를 쓰다보니 대학로 뮤지컬 판 전반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뭐 저도 이런 류의 작품들 좋아합니다. 재미있거든요.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감동까지 있죠. 어깨를 들썩이고 장단 맞춰 박수를 치게 하다가 콧잔등 시큰해지도록 만들고 돌려보내니 뭔가 괜찮은 공연 봤다는 느낌에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공연보고 나면 한참동안 귀에 맴도는 넘버들을 따라부르기도 하죠. 그리고 많은 꽃미남 뮤지컬 배우들을 탄생시켰고 이벤트 같은 걸로 많은 커플 관객들에게 예쁜 추억도 만들어 주기도 했죠.

주인공 수희(지니)와 명훈(박일곤)


하지만 전 노파심이 좀 드네요. 공연판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고 유행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거겠지만 지금 유행은 좀 너무 오래 된 것 같거든요. 전 좀 다른 색깔들의 창작뮤지컬들도 많이 보고 싶은데 좀 괜찮은 창작뮤지컬은 다들 비슷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이란 건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를 담아낼 수 있는 형식에 불과할텐데 관객들이 '뮤지컬은 다 이렇게 샤방샤방하고 보송보송해야해~' 라고 생각할까봐 살짝 겁이 나네요. 편식성향이 강한 관객들 때문일까요? 소위 장사가 되는 작품만 제작하려는 제작사의 문제일까요? 쉬운 문제는 아닐테지만 관객들은 좀 다양한 작품을 보고 즐길 권리가 있고 제작사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공연리뷰를 핑계로 이런저런 하고 싶은 얘기들을 쓰다 보니 좀 깐깐한 리뷰가 되어버린 거 같습니다만 '두드림러브' 재미있었습니다. 공연 중반부터는 개그맨 김기수씨가 멀티맨으로 합류한다고 하니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전 아직도 '두드림러브'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웰컴 투 추억의 극장~ 웰컴 투 추억의 영화~' fin

p.s.
- 두드림러브는 난타처럼 뭔가를 두드리는 넌버벌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 작년에 초연을 했고 이번 공연은 시즌2 라고 하네요. 초연은 접하지 못하고 쓴 리뷰입니다.
- 창열이형 이정도면 무난한 리뷰지? ㅎㅎ 공연하면 연락 좀 해~
- 추석연휴에도 시간을 내 준 유쾌발랄아가씨 나캉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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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스컹크웍스 및 뮤지컬인사이드 http://musical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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