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었습니다.
강남역 근처에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저녁무렵 갑자기 체기가 느껴져 더 심해지기 전에 약을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시각은 이미 9시를 넘겨 약국 문 닫을 시간이었지요.
아이폰 열린약국 어플 사용해서 근처 약국을 찾다가 겨우겨우 한 군데 영업중인 약국을 발견했습니다.
(이름은 따로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역삼동 ㄱㄷ약국)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님 약사분이 운영하고 계셨는데 체기가 있다고 하니 증상이 어떠냐 언제부터 그랬냐 평소 잠은 잘 자느냐 먹는 건 잘 먹느냐 세세하게 물어보시더군요. 전 그냥 활명수랑 소화제나 대충 사 먹을 생각으로 갔었는데 그렇게 일일이 환자 상태를 점검하시기에 '오~ 이 땅에 인술을 펼치는 약사분이 아직도 계시구나!!'라고 생각을 했더랬지요.

그런데 듣다 보니 너무 뻔한 건강법들을 얘기하시더군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제 때 먹어야지 불규칙적으로 먹고 폭식하면 위에 안 좋다. 사실 다 아는 얘기죠. 실천을 못할 뿐...
뭐 그래도 틀린 얘기는 아니니 대답도 꼬박꼬박 하고 잘 듣고 있는데 점점 자기자랑쪽으로 가시는 겁니다. 내가 이런 얘기 해 주는 거 고맙게 생각해야 된다느니 다른 데서는 이런 얘기 안 해 준다느니 자신이 팔순인데 병원가서 의사를 훈계하는 사람이라느니 이런 진료 해 줬으니 돈 많이 받아야 한다느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점점 말씀이 길어지시기에 빨리 약이나 받아서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약사님 결정타를 날리시는데 혈액형을 물어보시는 겁니다.

'어라 이거 봐라... 약국에서 혈액형을 물어보네'

B형이라고 했더니 B형이 특히 성격이 예민하고 위가 안 좋고 등등 말씀을 하시는데 혈액형으로 성격이나 체질 판별하는 걸 전혀 믿지 않는 저로서는 그 때부터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 혈액형이 관련이 있나요?'
'그럼 있고말고'
'+_+'

(참고로 혈액형 성격 판정은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근거와 같은 종류의 허구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마침내 약을 주시는데 약도 많이 주시더군요. 세 종류를 주시면서 한 끼에 2알씩 거의 6알을 먹으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활명수도 따 주시고 알약도 손수 포장을 벗겨 먹으라고 주시는데 그래도 친절한 분이시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계산하려고 가격을 물어봤다가 오마이갓~!!

약 값이 만원이랍니다. 보통 소화제 사 먹으려고 약국가면 기껏해야 3,4천원 나오는 게 보통인데 에누리 없이 만원이랍니다. 뭐 약 종류가 많아서 그럴수 있겠다 싶지만 계산도 하기 전에 손수 알약 까 주신 것도 의심이 가더군요. (약 주문 취소 못하도록?)

완전 어이 상실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나가자 싶었는데 사건이 하나 더 발생합니다.

약 먹는 중에 다른 손님이 한 분 들어오시더니 '던힐 1mg 주세요~' 하더군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잠깐... 던힐? 담배?
들어올 때는 미처 못 봤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약국 입구쪽에 담배가 진열되어 있더군요.

담배 파는 약국이라...
그렇게 건강 운운하시더니 담배를 파는 약국이었습니다.

뭐 알아보니 담배를 파는 약국이 꽤 된다고 합니다만 글쎄요 저로서는 약국에서 담배를 판다는 게 이해가 안됩니다. 병주고 약주고인가요?

조용히 나가려다가 결국 한 마디 했습니다.

"약국에서 담배를 파시네요?"

그랬더니 약사분 살짝 당황하시는 기색이 보이더니 말을 이으십니다.

"담배도 내가 아무한테나 파는 게 아니예요. 다 사람 봐 가면서 파는 거라고... 손님은 그런 걱정 말고 본인 건강이나 신경써요."

어이가 없어 약을 지어들고 약국을 나왔습니다.



한동안 포스팅을 망설였더랬습니다. 맘에 안 들면 내가 안 가면 그만이지 자칫 한 노인분의 생계를 망칠 수도 있는 포스팅을 하기 힘들었다고나 할까요.
글쎄요 약국도 이윤을 추구하는 자영업으로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담배를 판매할 수도 있겠지만 환자의 건강을 끔찍이 생각하는 듯한 그 약사분의 말이나 행동을 생각해 볼 때 그 약국에서 담배를 파는 건 분명 모순이었습니다. 그리고 약 제조나 판매방식 그리고 의학적 근거 없는 개인적 의견들로 진료를 하시는 모습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포스팅 합니다.

노년의 약사분이 운영하시는 허름한 역삼동 ㄱㄷ약국.
근처에서 약국 들르실 일 있으시면 참조하세요.

posted by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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