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홍보하고 상대편 후보를 깎아내리는 류의 일들은 이 시점에서 크게 의미 없어 보입니다. 얼마 전 '킹메이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니 어느 쪽이건 지지자들은 좀처럼 그 마음을 바꾸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고 하죠. 뚜껑을 열지 않았을 뿐 어쩌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저 이 시점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최대한 상식선에서 지금의 대선 과정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게임체인지'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게임 체인지
감독 제이 로치 (2011 / 미국)
출연 줄리안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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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하고 낙선한 존 맥케인 캠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사실 자격 미달인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이 대선 과정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 주요 스토리이지만 제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존 맥케인(에드 헤리스) 캠프는 상대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공격하기 위한 선거 전략을 내세우는 데 그 과정에서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되게 됩니다. 오바마가 아랍인이라는 흑색선전 등 지지자들의 모습은 살벌해지기까지 합니다.


선거 유세 도중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존 맥케인(에드 해리스)


그런데 지지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급기야는 험악해지기까지 합니다


맥케인은 이런 과열된 분위기에 우려하게 됩니다.
 


결국 유세 도중 근거 없는 소문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자신의 지지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지자 아줌마가 말하는 중



맥케인은 차분하게 설명합니다



실제로 미국 정치판이 이런 훈훈한 분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맥케인이 저런 품성을 가졌는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저 한 줄의 대사가 영화를 본 이후 내내 머리 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그는 건실한 가족이자 시민이다. 몇몇 특정한 쟁점들을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저 한 줄의 명제를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이의 생각이 똑같을 수 없고 각자의 다양한 생각들을 조율해서 다수가 원하는 안을 채택해 따르게 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모습일텐데 언제인가부터 우리에겐 이해와 포용은 사라지고 비방과 공격만 남게 되었습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아닌 '좌좀'과 '수꼴'이라는 거친 용어로 대표되고 있고 대립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정치권의 대표자들뿐 아니라 그 지지자들인 우리들까지도 그렇게 괴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SNS 타임라인과 각종 매체들의 댓글들에는 살벌한 용어들이 난무합니다. 댓글 조작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조작이라고 볼 수 없는 실명을 내세운 글들도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비상식적이라고 말하며 상종할 가치도 없다고 말합니다.

대체 우리를 이렇게 괴물로 만든 건 누구일까요? 우리를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판의 투사로 만든 건 대체 누구일까요? 이런 비정상적인 민주주의판을 만들어 놓은 건 대체 누구일까요?
정치인들? 대통령 후보들? 언론매체? 국민들?

대선을 이틀 앞두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반대 진영을 설득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재인에게 박근혜 지지자들은 박근혜에게,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신껏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누구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의 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한 표가 제일 중요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지금의 비정상적인 민주주의 판을 만든 자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투표해 주세요. 최대한 상식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세요.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말고 티비에 나오는 이미지에만 휘둘리지도 말고 역사도 돌아보고 공약도 보고 정책도 보고 TV토론에 나온 모습도 보고 누가 더 민주주의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신 후에 투표해 주세요. 지난 5년 MB정부동안 행복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된다고 하죠. 우리가 괴물이 되면 우린 그런 대통령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판 썩었네 후보들이 다 똑같네 하지 마시고 어느 후보든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정 찍을 후보가 없다면 안찍고 기권표 내고 나오셔도 됩니다. 투표장에만 갑시다. 투표율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고 우리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5,60대 이상 부모 세대분들은 더 많은 날을 살아야 하는 자식 세대를 위해 투표해 주세요.

3,40대 청장년층 분들은 현실을 위해 투표해 주세요.

20대 분들은 미래를 위해 투표해 주세요. 정치에 관심없는 거 쿨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투표해 주세요.
(형이 다 해봐서 안다. 나중에 후회한다.)




p.s.

마지막으로 어느 쪽을 지지할지 확신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이라고 느꼈던 찬조연설을 하나 첨부할까 합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누군지 잘 몰랐었는데 이번 기회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5,6공의 인사였고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이회창의 편에 서서 노무현을 낙선 위기까지 몰고갔던 보수진영의 책사로 불리는 분이자 작년에 안철수를 처음 정치판에 끌어들인 사람입니다.

물론 때가 때이니만큼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는 이력과 타이밍입니다. 하지만 이 분의 찬조연설을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민주화의 반대편에 서서 느꼈던 부채의식이라는 말. 그 어떤 보수 인사가 이런 말을 했던가요? 그 진정성은 각자가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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