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을 시작하며...


사랑은 영원하다고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 사랑은 세상 그 누구의 사랑보다도 고결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여겼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시간은 흘러 사람은 떠나고 사랑은 변하고... 결코 영원한 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지금도 사랑을 떠나보내는 건 여전히 죽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죠. 그리고 늘 그러지 못할 걸 알면서도 지금 이 사랑이 내 삶의 끝까지 계속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고 지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의 책장을 덮지 못하고 눈물짓는 그들의 이야기를 참 동경했었습니다. 그들에 관한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으면서 아마도 그들처럼 되길 바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문득 궁금해졌어요. 난 왜 그토록 열정적인 사랑을 갈구했었는지, 잔인한 현실을 알아버린 지금도 왜 그렇게 이별은 힘든 건지... 그들은 왜 그랬는지...

사랑에 관한 수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제 기억 속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그들에 관한 영화 몇 편을 돌이켜 보려고 합니다.




(1) 드라큘라 - 열정적 사랑의 배경, 낭만주의

1920년대 '노스페라투'를 시작으로 최근의 '트와일라잇'까지 뱀파이어 영화는 끊임없이 변종을 만들어내고 진화하면서 그 계보를 이어오고 있죠. 하지만 그 원조를 찾는다면 역시 '브람스토커의 드라큘라'일 것입니다. 브람 스토커가 1897년 소설로 첫 선을 보인 '드라큘라'는 이후 영화로 만들어지며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에 영향을 끼쳤는데 1992년 개봉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는 원전에 가장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죠.

이미지를 구하다 보니 DVD 재킷이네요~ ㅎ


드라큘라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1992 / 미국)
출연 위노나 라이더, 게리 올드만, 안소니 홉킨스, 키아누 리브스
상세보기


이미 유명한 영화라서 다들 보셨으리라 생각하고 줄거리는 짧게만 올리겠습니다.

15세기 십자군 원정에 참여해 악명을 떨치던 트란실베니아(지금의 루마니아 지역)의 블라드 왕자(게리 올드만)는 적의 계략으로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타가 자살하자 신을 저주하고 스스로 악마가 되어 불사의 존재가 됩니다.
400여년 후, 트란실베니아에 더이상 빨아먹을 피가 없어진 드라큘라(드라쿨은 용을 뜻한답니다. 용의 아들이란 뜻이라죠~)는 런던으로 이주해 세력을 넓히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엘리자베타의 현신인 미나(위노나 라이더)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이부분이 영화에서 가미된 로맨스적 요소입니다.)


미나는 처음엔 이 이방인을 거부하지만 알 수 없는 그의 마력에 빠져들고 마침내 400여년이라는 시간의 강을 건너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을 다짐하게 되죠. 결국 미나는 자청해서 흡혈귀의 삶을 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반헬싱 교수(안소니 홉킨스)등을 비롯한 드라큘라 퇴치대가 조직되고 트란실베니아까지 쫓아가 드라큘라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됩니다. 결국 마지막엔 미나의 손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그의 영혼은 구원을 받고 영원한 안식을 찾게 됩니다.


드라큘라가 최후를 맞는 순간 미나의 대사가 이렇습니다.
"Our love is stronger than death."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흡혈귀 영화에서 결국 얘기하고자 하는 한 마디는 바로 미나의 이 마지막 대사가 아닐까 싶어요. 죽음보다 강한 사랑. 그런데 그런 강렬한 사랑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여기서 잠깐 역사공부를 하고 넘어갈까요?

드라큘라가 쓰여진 19세기 유럽은 공장 매연으로 런던 하늘이 맑을 날이 없었을 정도로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고, 영화에도 나오듯이 초기 무성영화가 등장하는 등 대중문화가 서서히 생겨나던 시대였습니다. 학교다닐때 배웠던 걸 떠올려 보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가치를 추구했던 고전주의에 반발해 개인의 감정과 주관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낭만주의(romanticism)가 그 절정을 누리고 있을 때였죠.


사람들은 이성보다 감성이 훨씬 가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절대왕정과 가톨릭 교회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데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블라드 왕자가 교회를 등지고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다짐한 것처럼 사랑을 위해서라면 한쪽이 희생하는 불평등한 관계도 이 때부터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죠. 무엇엔가 나를 기꺼이 던질 수 있는 열정이 커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 사실에 희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성을 잃을 정도로 상대에게 빠져드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개념은 이 시절부터 생겨났다고 볼 수도 있답니다.

도색소설 보는중, 낭만주의는 대중문학도 발달시켰다

이무렵 초기 무성영화도 생겨났다



비록 1897년 출간된 소설버전의 '드라큘라'에는 드라큘라와 미나의 로맨스가 표현되어 있지 않다고 하니 이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그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상상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 19세기 무렵 열정적인 삶과 사랑을 다룬 수많은 작품들이 등장했습니다. 그 유명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해 보죠. 18세기 작품인데 이 소설로 인해 짝사랑에 빠진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가요~ 죽음으로밖에 잊을 수 없을만큼 사랑은 강렬한 감정이었습니다.


이렇게 낭만주의와 함께 열정적 사랑이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되기 시작하는데, 이 열정이란 것이 바로 시간의 구속을 받지 않는 마음 상태인 것입니다. 보통 열정에 눈이 먼 사람들은 앞날을 예측하지 못하죠. 내일 어떤 결과가 닥칠지 예측하지도 못하고 과거를 돌이키지도 못하고 오로지 현재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40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까지도 멈추게 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열정'이란 거죠.

제 생각이지만 적어도 이 당시에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식상한 조언 따위 해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낭만주의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소설 '드라큘라'. 400년이란 긴 시간을 오직 하나의 사랑을 위해 버텨온 한 가엾은 영혼의 이야기가 흡혈귀 전설로 포장되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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