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안 보고 산 지 한참 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아무튼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러던 중 지인의 초대로 오랜만에 보게 된 뮤지컬. 김광석의 노래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데 관심이 갔고 장진 감독이라는데 약간은 호기심이 생겼다. 장진 감독의 무대 공연 연출작을 접하는 게 얼마만이던가. 토월극장에서 배종옥씨가 나오던 '아름다운 사인' 이후 처음이니까 대략 십여년만인 것 같다. 아름다운 사인 오래 되어서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딱 '장진' 스타일의 이야기와 구성이었던 건 기억 난다.

대극장 뮤지컬은 일단 경계하는 편이다. 하도 데인 적이 많아서. (블로그 예전 글들 참조) 그것도 대극장에서의 창작 뮤지컬은 일단 마음을 비우고 들어가는 편이 맘이 편하다. 한국 뮤지컬 발전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기꺼이 박수 쳐 줘야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눈높이와 관점은 그러하다. 한참만에 보는 창작 뮤지컬. 안타깝지만 상황은 아직도 그대로인 듯 하다.

기존의 곡들을 짜깁기해서 사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일단 구성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극에 맞추어 음악이 구성되는 게 아니라 원래 있는 곡들을 끼워넣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스토리가 흐릿해질 위험이 있다. '디셈버'에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대표적인데 부모의 애틋한 스토리와 노래의 분위기는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 봐선 군더더기임에 틀림 없다. (그나저나 요즘 광고에서 목소리만 들려주시는 조원희 아저씨 무대에서 보는 건 처음인 듯)

다른 곡들의 삽입 방식도 그렇게 세련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서른즈음에'를 부르기 위해 굳이 나이 이야기를 꺼낸다든가 '일어나'를 부를 때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설정이라거나... 뜬금 없는 유머들도 거슬린다. 특히 그 아련한 '서른즈음에'를 그렇게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불렀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본 사람들만 아는...)

기존 곡들의 분위기를 더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곡을 섞는 식의 시도는 새로워 보였지만 그 효과는 아쉬웠다. '흐린가을하늘에 편지를 써' + '이등병의 편지' 두 곡을 믹스했는데 신선하긴 했지만 두 곡 다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뮤지컬 '락오브에이지'에 나오는 'we built this city' + 'we are not gonna take it' 과 같은 앙상블을 노린 것 같은데 안타깝지만 잘 느껴지지 않았다.

90년대 학생운동과 현재의 뮤지컬 제작과정을 배경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러브스토리. 설득력이 떨어질 뿐더러 옛 사랑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요즘 감성과 그닥 맞지 않는다. '번지점프를 하다' 처럼 명확하게 환생의 설정도 아니고, 어떤 운명적인 만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동감'처럼 독특한 설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투영하여 뮤지컬이란 작품에 녹여내는 식의 방식. 진부한 스토리가 아니라 진부한 감성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스무살 적의 낭만만 존재하는 치기어린 감성이다.

애초에 김광석의 노래에서 대극장의 스펙타클을 끄집어 내려는 시도가 좀 무리였지 않았을까? 대극장 보다는 소극장에서 김광석의 원곡 느낌 더 살리고 약간의 스토리를 가미한 뮤직드라마 정도로 갔으면 어땠을까? 찾아보니 장유정 감독의 '그날들'이란 김광석 주크박스가 이미 있었단다. 궁금해진다.

장진 감독 좋아하는 분인데 무대에서 그의 스타일이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p.s.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몰입해서 너무 혹평을 해 버렸나. 미안해지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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