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냉정과 열정 사이 - 낭만, 현실과의 갈등을 겪다

오늘은 영화음악이 워낙에 아름다웠던 작품을 다룰테니 배경음악을 깔고 시작해 볼까요?


만나야 할 사람들은 정말 언젠간 만나게 되는 걸까요? 운명의 장난과 필연적 상황들로 인해 헤어지게 되었더라도 서로의 맘 속에 간직하고만 있으면 언젠간 영화처럼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다시 만나게 될때까지 우린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처음 접한 게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음악을 먼저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도 유명했지만 아직까지 읽어보질 못했고 라디오나 광고 배경음악으로 나오던 'The Whole Nine Yards'나 'What a Coincidence' 같은 곡들이 나중에 영화음악이란 걸 알고 영화를 찾아보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하는 그들' 연작 포스팅 벌써 여섯번째네요 이제 끝이 보입니다. 이번엔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참으로 많이 써먹었던 요시마타 료의 음악들과 진혜림의 미소와 피렌체 두오모 성당으로 기억되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스터 속 남자는 어째 오다기리 조에 가까운 듯 하다~



냉정과 열정 사이
감독 나카에 이사무 (2001 / 일본)
출연 다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 유스케 산타마리아, 시노하라 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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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연인 준세(다케노우치 유타카) 아오이(진혜림)은 어떤 오해로 인해 안타깝게도 헤어지게 됩니다. 1994년, 둘은 이태리에서 재회하지만 준세는 과거를 잊고 잘 지낸다는 아오이의 말에 상처를 받게 되고 자신이 복원을 맡은 그림이 훼손당하는 사건까지 겪고나자 모든 것들을 잊고자 일본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둘이 헤어진 게 오해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된 준세는 아오이에게 긴 편지를 보내게 되죠.
아오이는 부유한 사업가인 마브(마이클 웡)와 밀라노에서 잘 지내고 있지만 가슴 한 켠에 자리잡은 준세에 대한 마음을 지우기 힘듭니다. 마브는 마음을 열지 않는 아오이에게 지쳐가고 둘의 관계는 점점 나빠집니다.
2001년, 준세는 마침내 복원사 일을 다시 하기 위해 피렌체로 돌아오고 두오모 성당에서 함께 하기로 했던 10년전 약속을 기억하고 성당으로 향합니다.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된 두사람... 두오모 성당에서의 만남은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아주 낭만적이고 유쾌하게 다시 만나게 되는 '세렌디피티'의 주인공들과 끝내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들이 있었다면 우리의 준세와 아오이는 그 중간쯤 되는 곳에서 그리워하고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고 갈등하다가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그리워 하면서도 두오모 성당에서 다시 만났을 때 준세는 아오이에게 차라리 다시 만나지 않는 게 나았다고 말합니다. 아오이는 다시 만나서 좋았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잘지내라며 돌아서고 말죠. 준세와 아오이는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약하고 혼란스런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슴속에 불타는 열정을 담아두고도 냉정한 척 애쓰려고도 하고 열정적으로 행동하다가도 어느 순간 냉정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도 다르지 않겠죠?

10년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두오모 성당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준세와 아오이. 그 오랜 세월동안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간직하고 있던 두사람인데 둘을 함께 하지 못하게 했던 건 뭘까요? 그리고 그들을 다시 만나게 한 건 또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영화에서는 그렇게 두드러지게 표현된 것 같지 않은데 원작 소설에서는 준세의 열정과 아오이의 냉정이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하네요.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렇게 구분지을 수 있을까요? 영화만을 접한 저로서는 냉정과 열정은 준세와 아오이 모두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원하는, 내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열정. 그리고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는, 나는 잘 지낸다고 말하는 냉정함 사이에서 그들은 10년이란 세월을 돌고 돌아온 건 아닐까요?


포스팅을 이어오면서 열정적인 사랑에 대해서 참 많은 이야길 한 것 같습니다. 역사적 학문적으로도 살펴봤고 영화속 이야기를 통해 여러 케이스를 살펴보았는데요. 우리 삶은 결국 그 깊이를 모를 불확실함과 그 안에서의 갈등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운명과 현실 사이, 이성과 감성 사이,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말이죠... 그 안에서 어느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나약한 우리들은 끝없이 갈등하게 되고 마침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제 블로그 이름도 '머리와 심장 사이에서 길을 잃다'군요. 저 또한 그 원죄와 같은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훗~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우리는 정답을 모릅니다. 뜨겁게 열정적으로 살라고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그 지나친 열정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도 배웁니다. 불꽃처럼 뜨거운 인생을 살고 싶지만 그 불꽃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해답은 나이를 먹는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물어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정답을 찾기 위해서 혼자서 노력하고 갈등하고 그러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그런게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준세는 고미술품 복원하는 일을 합니다. 오래되고 시간이 흘러 그 가치가 퇴색한 작품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죠. 치이고리란 작가의 대작 한편을 복원하면서 준세는 자신의 감정도 일으켜 세웠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따지고보면 그 복원이란 작업이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에 얽매이는 작업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지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처럼요. 지난 포스팅들에서 열정이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에너지라고 했었는데요. 글쎄요, 과거에 대한 집착도 열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피렌체에서 아오이를 떠나보낸 준세는 깨닫게 됩니다. 과거를 뒤돌아 볼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고요. 준세는 냉정을 조금은 배운 것 같고 아오이도 자신의 열정을 충분히 끌어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준세와 아오이는 밀라노 기차역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들이 드디어 함께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 둘의 앞 날은 어제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거죠. 좀 더 자유로워지고 성숙해보이는 준세와 아오이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지금 당신은 냉정인가요 열정인가요? 아니면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며 고통스러워 하고 있나요?



연인들에게 지키지도 못 할 10년 후 약속 꼭 하게 만들었던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였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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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ubia 2009.05.30 11:45 신고

    제 블로그에 엮인 글을 보고 이제야 방문을 했네요.
    참 많이 늦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다른 이의 감상평을 읽는다는 건 그만큼 또 흥미롭고 기쁜 일이네요.

    글 잘 읽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음악과 피렌체라는 아름다운 도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영화....
    다시 한 번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5.31 21:38 신고

      저도 포스팅 하느라 오랜만에 봤는데 좋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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