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명 : 지킬앤하이드 투어 내한공연
> 공연날짜 : 2009.9.11
> 공연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캐스팅 : 브래드 리틀, 루시 몬더, 벨리다 월스톤, 완 잭슨, 베리 랭리쉬

지킬앤하이드 국내 라이센스 공연이 시작된 지 어언 5년이 되었습니다. 2004년 안그래도 잘나가던 조승우를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드는 특A급 스타로 발돋움 시켰고 류정한, 김우형, 민영기, 서범석, 홍광호까지 노래 좀 한다 하는 선굵은 뮤지컬 배우들은 한번씩 거쳐갔던, 수많은 뮤지컬 팬들로 하여금 목에 핏대 세우며 현기증 나게 만들었던 '지금이순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지킬앤하이드... 그 내한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브로드웨이키드라고 자처하면서도 사실 고백하자면... 지킬앤하이드 공연은 이번에 첨 봤습니다. 대극장 뮤지컬 잘 안보는 데다가 가격적인 압박때문에 음악만 듣고 동영상만 보다 보니 그냥 본 거처럼 느껴지는 그런 공연이 되어버렸더랬죠. 그런데 다행히도 이번 렌트 오리지널 공연과 함께 지킬앤하이드까지 걸출한 투어공연을 볼 수 있는 횡재를 얻어 세종문화회관엘 다녀왔습니다.

오리지널... 맞나요?


사실 이번 공연을 보기 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바로 전 날 브래드 리틀의 립싱크 기사도 접한데다가 몇몇 누리꾼들의 좋지 않은 평도 보게 되어 혹여나 아시아 팬들을 무시한 수준낮은 투어공연이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더랬죠.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깐깐한 제가 기립박수 칠만한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지킬 공연 처음 보는거라 다른 비교대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주연인 브래드리틀의 노래실력과 연기력은 물론 앙상블들의 빠지지 않는 실력과 무대 하며 그닥 나무랄 데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브래드 리틀은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으로 한국에도 왔었다는데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던 배우인지 미리 예습을 했더랬죠. 노래 잘 하더군요.



지킬/하이드는 브래드리틀 이전에도 초연멤버인 로버트쿠치올리를 비롯 많은 배우들이 거쳐갔습니다. 그 중에는 스키드로우의 멤버인 '세바스찬 바하'도 있었고 전격Z작전의 '데이빗 핫셀호프'도 있었죠. 다른 프로덕션의 경우 어땠는지 잘은 모르지만 국내 라이센스 공연과 비교해 보면 브래드리틀의 지킬은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조승우로 대표되는 국내 지킬의 경우 여리고 고뇌하고 갈등하는 지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브래드리틀의 지킬은 아주 단호하고 거친 지킬을 보여줍니다. 정신병원 이사회 장면의 경우 신사적이긴 하지만 지킬은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이사들을 조롱하고 질책하고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루시를 만나게 되는 술집 장면의 경우 어터슨에 이끌려 마지못해 클럽을 찾았던 국내 버전과 달리 오히려 지킬이 자기 총각파티 해달라며 어터슨을 끌고 가니 뭐 말 다했습니다.

간청하며 매달리던 조승우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브래드리틀의 지킬은 그가 이미 하이드의 본성을 가지고 있었구나 알 수 있게 하는데요, 이러한 지킬의 성격변화는 단지 연기 해석의 차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지킬/하이드가 그저 다중인격으로만 비쳐졌었다면 인간이 선과 악 두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있고 이 두가지 성격을 분리시킨다는 지킬의 실험 설정에 좀 더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일상의 모습과 더 비슷한 거 같기도 하네요~)

아직 지킬인거죠~


그리고 다른 캐스트들 모두 안정된 실력과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어터슨과 댄버스경, 그리고 조연들과 앙상블 모두 빈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주위에선 엠마가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하는 의견이 많은데 글쎄 제가 보기엔 그다지 나빠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네요.)

우려에 비해 무척이나 괜찮았던 브래드리틀의 지킬/하이드에 비해 루시는 아쉬운 캐릭터로 남습니다. 루시 캐릭터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섹시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섹시함이라 함은 클럽에서 가장 돋보이는 '미모'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지킬을 사로잡을 '관능미' 그리고 하이드에게 당하면서 관객들에게 동정표도 얻어내야 하는 약간의 '백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루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런데 이번 내한공연에서 루시는 그 어떤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루시가 천박하고 섹시한 캐릭터라면 섹시함은 사라지고 천박함만이 남았다고나 할까요~ 루시가 지킬을 연모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지킬이 루시에게 혹하는 모습과 하이드가 루시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나 루시는 공중에서 그네를 타고 처음 등장하는데요 루시역을 맡은 배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게 요란하게 등장할만한 포스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new life' 등 노래는 무난하게 잘 하지만 워낙에 쟁쟁한 루시를 많이 봐온터라 그렇게 인상적이지가 않네요~ 차라리 우리 김선영씨나 소냐의 new life가 훨씬 더 절절하게 와 닿습니다.
(개인적으로 루시 이미지로는 핫셀호프 지킬 동영상의 Coleen Sexton이 최고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섹시함과 백치미의 조화란... 이름부터가 벌써 다르지 않습니까?)

섹시함과 천진난만함과 귀여움을 다 갖춘 루시


기타 다른 프로덕션과 다른 자질구레한 점들

- 지킬의 장면이 추가되었습니다. 정확히 노래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반 아버지를 보내고 자신이 뭔가 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노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더군요.

- 루시 장면이 몇 장면 바뀌었습니다. 처음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노래하던 넋두리 송 'no one knows who I am'이 삭제 되었습니다. 의 순서가 스파이더에게 혼나고 나서로 바뀌었습니다.(090922 수정) 바로 그네타고 'bring on the man'을 부르며 등장하죠~ 그리고 핫셀호프 지킬의 동영상을 봐도 그렇고 브로드웨이 버전 OST를 들어봐도 그렇고 루시가 클럽에서 남자를 유혹하며 부르는 노래는 'good and evil'인데요, 이번엔 국내 라이센스 버전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bring on the man'을 들려줍니다.

어떤때는 bring on the man

어떤때는 good & evil


- 지킬의 실험실 무대가 바뀌었습니다. 소파가 놓여있는 지킬의 집무실에서 진행되던 많은 장면들이 새로 등장한 연구실 입구 세트(나선계단이 놓여있는 현관세트)가 자주 등장합니다. 'this is the moment'도 이 나선계단에서 시작하죠~ 실험실은 좀 더 규모가 커진 듯 합니다. 약병이 훨씬 많이 놓여 있는 거 같구요, 실험실 세트가 앞으로 밀려나올 때 백라이트는 멋진 빛의 갈라짐을 연출합니다.

저 높은 곳의 약병은 어찌 꺼내시려나


-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신하게 되는 약물 주사가 내복약으로 바뀌었습니다. 비커에 약물을 섞으면 실제로 색이 변하는 신기한 장면도 보여주는데요 지킬은 이 약을 비커채로 들이킵니다. 브래드는 주사맞기를 싫어하는 걸까요?

자 원샷~

- 루시가 하이드에게 상처를 입고 지킬의 연구실에 찾아가는 게 생각나시죠? 루시가 왜 상처를 입게 되었는지 장면이 나오는데 살짝 군더더기처럼 느껴지고 자세히 안보면 루시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 주교를 살해하는 장면에선 시체를 불태우는 장면이 그냥 때려죽이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불지르는 대신 그냥 시체를 밟고 서 있습니다.

불태워 죽여야 제 맛인데


- facade 장면도 신선한 장면이 많은데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지하철1호선'을 연상시키는 기차장면입니다. 기차 좌석에 앉은 앙상블들이 바운스로 기차의 흔들림을 표현하며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 작품이 기존작품보다 업그레이되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훌륭한 앙상블들~ (얼핏보면 레미제라블 같네)


- dangerous game의 설정도 살짝 바뀌었는데요, '루시를 유혹하는 하이드와 일방적으로 당하는 루시'의 구도에서 '하이드의 얼굴을 보려는 루시와 얼굴을 감추려는 하이드'의 컨셉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래 중에 'no no~ no no~' 하던 하이드의 코러스가 단지 음악적인 코러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는 설정으로 사용되어 좀더 드라마틱한 넘버가 되었네요.

- your work - nothing more 장면은 사막의 활용으로 4명의 배우를 동등하게 드러낸 다른 버전과 달리 엠마 부녀를 사막뒤로 숨겨 보조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이드로 분한 영상이 아버지 액자에 투사되는 게 독특하더군요.

- 마지막 지킬과 엠마의 결혼식 장면의 앞뒤가 바뀌었습니다. 국내버전 핫셀호프 버전 모두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번엔 관객을 등지고 서 있더군요~


오리지널 공연이란?


이번 지킬앤하이드 공연 포스터엔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오리지널을 향한 13년간의 기다림'이라구요~ 그리고 각종 기사들에도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이다'라고 언급이 되었더랬죠. 그런데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오리지널이란 어떤 걸까요?

오리지널이라 함은 연극이나 뮤지컬 등 어떤 공연의 초연을 말합니다. 이건 사전상에도 나와 있죠. 그 공연의 최초 공연을 오리지널 공연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 뮤지컬 CD에 'Original Broadway Cast'라고 씌어 있으면 브로드웨이 초연멤버들이 녹음을 했다는 겁니다. 그 캐릭터를 처음 분석하고 연기하고 그 노래를 처음 해석하고 부른 배우들이 바로 오리지널 멤버들인 만큼 이 '최초'라는 단어는 공연장르에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매력을 가지게 되는 거죠. 그리고 영화나 다른 장르에 비해 캐스팅별로 수많은 버전을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의 경우 이 오리지널 공연은 뮤지컬 팬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점에서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오리지널 공연이었을까요?

지킬앤하이드는 1990년 처음 공연되었습니다. 물론 지금과는 많이 다른 버전이었겠지만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앨리 극장(Alley Theatre)에서 호평을 받으며 막을 올렸죠. 이후 1995년에는 전미 순회공연이 시작되는데 이때 멤버가 바로 로버트 쿠치올리(지킬/하이드)와 린다 에더(루시)입니다. 그리고 2년 후인 1997년 브로드웨이에 이 멤버가 그대로 입성해 플리머스 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데 이 공연이 우리가 흔히 초연으로 알고 있는 공연이고 지킬앤하이드 CD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그 버전의 공연이랍니다. 그래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인거죠.

그러니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투어팀일 뿐 오리지널 팀이라고 할 만한 어떤 연결고리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판권을 사들여 우리 배우들로 공연하게 되는 라이센스 공연과 차별을 두어 '본토에서 온 팀이다' 라는 뜻으로 오리지널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같은 기간 내한한 '렌트' 팀이 '아담파스칼', '안소니랩' 등 초연멤버들로 훌륭한 공연을 보여 준 것을 생각하면 좀 아쉬운 대목입니다. 제작사 측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어쨌는지 어느 시점부터는 그냥 '최초 내한공연'이라는 타이틀로 홍보를 하더군요. 오리지널이란 타이틀을 달지 않았더라면 그냥 좋은 공연으로 기억에 남았을 텐데 괜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입니다. 오리지널에 대한 일반적인 의미와 상당히 높아져 있는 관객들의 수준을 생각해 볼 때 제작사 측에서 굳이 '오리지널'이란 타이틀로 홍보를 해야만 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의 아쉬움과 홍보에 있어서의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점들을 모두 덮어줄만큼 공연자체는 너무나도 훌륭했던 지킬앤하이드 리뷰였습니다. fin


(포스팅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나 동영상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권리는 해당 제작사와 개인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이미지 출처 : 트루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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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방미인 2009.09.23 12:59 신고

    트랙백 타고 들어왔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미리 알고 두번째 봤다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추어 관객의 입장에서 브래드리틀의 지킬앤하이드는 분명히 조승우의 지킬앤하이드와 느낌이 달랐습니다. 무대장치나 노래순서가 바뀌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소화해냈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더군요. 지킬박사가 먼저 술마시러가자고 친구에게 얘기하는 장면이나 하이드의 목소리에서도 sympathy, tenderness 같은 단어들은 감미롭게 들리는 것이 브래드리틀은 절대선, 절대악은 없다는 나름의 해석을 무대에서 보여주려는 디테일로 느껴졌습니다.




뮤지컬 '쓰릴미'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관련 클립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자료가 많진 않더군요.
이왕이면 여러나라에서 공연한 버전을 보고 싶었는데 미국 말고 다른나라 버전은 없더군요.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되었다더니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닌가 봅니다.

쓰릴미는 다 아시다시피 1924년 시카고에서 있었던 14세 소년의 엽기적인 유괴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10대 후반의 법대생 리처드 로엡과 네이선 레오폴드 두 청년은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한 나머지 아무 이유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결국 어린이를 유괴해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하게 됩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유명한 변론으로도 잘 알려진 사건인데 뮤지컬 이전에 여러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었네요.

첫번째 영상은 쓰릴미의 원작자이자 오리지날 네이선 역을 맡았던 스티븐 돌기노프가 한 TV쇼에 출연해 인터뷰를 한 영상인데요, 네오폴드/로엡 사건을 다룬 이전 영화들을 살짝 볼 수 있습니다. 먼저 Richard Fleischer 감독의 1959년작 'compulsion(강박관념)'과 Tom Kalin 감독의 1992년작 'swoon(졸도)'를 볼 수 있습니다. swoon에 나오는 유괴장면이 끔찍하군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8년작 'rope'의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THRILL ME: THE LEOPOLD & LOEB STORY on "The Barry Z Show"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플레이어 소스를 제공하지 않아 바로 링크합니다.)


이제 공연장면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티븐 돌기노프는 초연때 작품에 출연할 배우를 구하지 못해 직접 네이선 역을 맡아 출연까지 했는데요, 오리지날 캐스트 돌기노프와 덕 크리거의 'superior'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Drama Desk Awards란 시상식에서 부른 버전입니다.


(THRILL ME: THE LEOPOLD & LOEB STORY Drama Desk Clip)



OST에서 듣던 바로 그 음성이죠? 이 영상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쓰릴미는 얼마나 세련되었나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공연 실황으로 보이는 영상으로 한 곡 더 들어보겠습니다. 돌기노프/크리거 페어의 'Nothing Like a Fire'입니다.

THRILL ME - Nothing Like a Fire - Off Broadway Cast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플레이어 소스를 제공하지 않아 바로 링크합니다.)



다른 캐스팅 버전으로 한 번 보겠습니다. 2008년 3월 NJ프리미어 하이라이트 영상과 시애틀 버전의 홍보영상입니다.


(Thrill Me: The Leopold and Loeb Story NJ Premiere)

Thrill Me: The Leopold & Loeb Story-Seattle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플레이어 소스를 제공하지 않아 바로 링크합니다.)


이번엔 자랑스런 우리나라 버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질 좋은 영상을 찾기 어렵지만 그나마 제일 괜찮은 걸 올려봤습니다. 처음것은 07~09년까지 각 페어별 '모두 너만을 원해(everybody wants Richard)'이고, 두번째 영상은 얼마전에 막을 내린 09년도 버전 김우형/정상윤 페어의 'life + 99 years'입니다. 무대도 그렇고 배우들 샤방샤방한 외모도 그렇고 원작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입니다. 이렇게 리메이크가 잘 된 작품도 드문것 같네요.


07,08,09년도별 '모두 너만을 원해'
(이 영상은 다음TV팟에서 플레이어 소스를 제공하지 않아 바로 링크합니다.)


(09년도 김우형/정상윤 페어 - "life + 99 years")


p.s. 동영상별로 링크만 제공하는 영상과 플레이어 소스를 제공하는 영상이 따로따로여서 한꺼번에
       포스팅하다보니 좀 지저분해졌는데 양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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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22 뮤지컬 쓰릴미를 보고 왔습니다. 뮤지컬 쓰릴미는 워낙에 음악만으로도 인상적이어서 꼭 봐야지 했던 작품이라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더랬는데 공연한 지 3년이 되어서나 보게 되었네요. (미투데이 ''님이 김우형과 정상윤 페어를 추천해주시고 양도티켓도 얻어주셔서 잘 보고 왔는데 이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

뮤지컬 '쓰릴미'는 단 두명의 배우와 한대의 피아노로 이루어지는 작은 뮤지컬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다고 작품성까지 낮아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로맨틱 코메디 뮤지컬이 대학로에서 붐을 이루는 동안 동성애라는 아직은 낯선 코드와 어린이 유괴 살인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3년째 관객을 끌어 모으는 매력이 분명히 있더군요. 

일단 음악이 귀에 착착 감깁니다. 뮤지컬 음악의 특징이라면 음악이 드라마의 구성과 캐릭터의 감정표현에 일조해야한다는 것일텐데요, 쓰릴미의 넘버들은 배우들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 주는 멜로디와 함께 두 명의 배우가 대사를 주고받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중창, 리프라이즈 등의 기법이 적절하게 쓰여 배우들의 갈등을 나타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공연을 보기 전에 음악을 먼저 접했던 저로선 음악만으로도 극의 분위기와 흐름을 느낄 수 있었죠. 특별한 무대장치도 없는 검은 배경의 빈무대(empty stage)와 단 두 명의 배우, 그리고 절대 웃을 수 없는 무거운 이야기 뿐인 극 속에서 음악마저 멜로디들의 단순한 나열이었다면 1시간 40여분이라는 공연시간이 무척이나 힘들었을 겁니다. 또 극의 시작에서 끝까지 배우들과 함께 하는 한 대의 피아노는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주며 스릴러 특유의 긴장의 완급을 잘 조절해 관객의 시선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마법을 선보입니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서로 잘 들어맞는 톱니바퀴처럼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쓰릴미의 넘버들은 그저 노래'도'하는 몇몇 뮤지컬들의 화려함보다 더 큰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 맛보기 "Superior" - 뮤지컬 '쓰릴미'중)

그리고, 캐스팅은 뮤지컬 '쓰릴미'가 가지고 있는 또다른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쓰릴미는 주연과 조연, 앙상블이 나뉘어져 있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단 두명의 배우만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캐스팅이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웠으리라 생각되는대요, 3년째 이어지는 쓰릴미의 캐스팅은 참 성공적으로 보여집니다. 지금까지 캐스팅의 면면을 보자면 류정한, 김무열, 최재웅, 이율, 김우형, 정상윤, 강필석 등등(생각나는 배우들만) 그야말로 스타캐스팅 혹은 스타탄생의 등용문이었습니다. 류정한 등 기존 뮤지컬 스타들을 소극장으로 불러들여 인지도를 높였음은 물론이고, 김무열, 최재웅 등 신인들을 기용해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죠. 3년쯤 지나니 이제 김우형 같은 배우들은 지킬앤하이드 같은 큰 무대를 거쳐 다시 돌아오니 마치 친구가 금의환향 한 것 같은 반가움까지 안겨줍니다. 게다가 '그'역을 맡은 적이 있는지라 '나'역의 김우형을 보러 오는 관객들도 꽤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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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배우들의 개성들을 살려 같은 시즌의 공연이라도 각 배우들의 조합에 따라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데 제작진의 의도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이러한 '페어'캐스팅은 마케팅으로까지 잘 이어진 것 같습니다. 2009시즌의 경우에도 김우형/정상윤 페어와 김산호/강필석 페어를 완전히 구분지어서 공연을 올렸는데요, (비율을 따졌을 때 총 93회 공연 중 이 두 페어가 각각 34회와 35회로 1/3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예외적으로 강필석/김우형 페어가 16회, 정상윤/김산호 페어의 공연이 6회 있었구요, 언더스터디인 김하늘씨의 2회 공연은 제외했습니다. ; 090609 추가) 한 팀의 공연을 보면 다른 팀의 공연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자연스레 재관람을 유도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실제로 쓰릴미만 수십번 본 관객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리고 평균 관객점유율이 90%가 넘는다니 쓰릴미의 이러한 매니아 마케팅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갔던 5/22은 아마도 팬카페에서 단체관극을 온 거 같았는데 그래도 그렇지 좀 심하다 싶었던 게 남자관객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하도 이상해서 일일이 다 세어보았는데 250여석 객석을 빼곡히 채운 관객들 중 남자는 저를 포함해 딱 5명 정도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언론자료들을 살펴보니 아마 평소에도 쓰릴미의 관객들 대부분은 여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갔던 날 특별히 여성관객들이 많았던 거라고 해도 평상시 남자관객 비율이 많아야 10%를 넘는 것 같진 않은데 (제가 갔던 날은 2% ㅜㅜ) 대체 이 여초현상의 이유가 뭘까 궁금해졌습니다. 동성애나 유괴살인 같은 코드에 여성들이 특히 공감할 만한 이유도 없을텐데 여성관객 비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뭘까 궁금해졌습니다. 왜 쓰릴미 공연장에서는 남자 관객들을 볼 수가 없었던 걸까요?

뮤지컬계에 불어닥친 여초현상?


1990년대 제가 하이텔에서 뮤지컬 동호회 시삽을 맡고 있을 무렵, 그러니까 남경주, 최정원 등 뮤지컬 1세대들이 한창 주름잡고 있던 무렵 소위 남경주 팬클럽이 있었습니다. 공연 좋아하고 뮤지컬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관극때 그들의 주요 목적은 분장실로 찾아가 경주오빠와 인사를 나누고 경주오빠의 생일케잌을 챙겨주고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 주는 데 감격해 하는 것이었죠. 뭐 저도 남경주 팬의 한사람으로서 팬들의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과연 그들이 사랑하는 게 과연 뮤지컬인지 경주옵빠인지 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더랬습니다. 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추어의 성격을 띄고 있던 저와 동호회 멤버들은 그들의 존재가 뮤지컬 발전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 심각하게 논의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2009년이 되었는데 그 팬심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예전엔 경주오빠 하나였지만 이젠 뮤지컬 바닥에 좋아해야할 꽃미남 옵빠들도 훨씬 많아졌으니 팬들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듣기에 쓰릴미의 매니아들은 주로 여성관객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눈으로 확인한 결과 그 '주로'라는 건 거의 90%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두번도 아니고 같은 공연을 거의 2,30번씩 보기도 한답니다. 과거 '록키호러픽쳐쇼'가 미국에서 처음 상영되었을 때 소수 관객층을 형성하며 소위 '컬트'란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쓰릴미가 과연 '컬트'일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쓰릴미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대중성이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어떤 작품보다 뮤지컬의 정통적 어법에 충실하고 멜로디도 대중적이고 이야기나 인물의 캐릭터, 배우들의 연기, 완성도에 있어서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는 작품입니다. 남성관객들로부터 외면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작품이죠. 하지만, 지금의 관객비율은 분명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작사측에선 평균관객점유율이 8-90%를 넘나들고 공연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지 모르겠지만, 과연 소수의 관객층에서 공연을 여러번 보는 것과 보다 많은 관객들이 한번씩 공연을 보는 것 어느쪽이 과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뮤지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

전 쓰릴미의 관객들을 만나 이런 내용으로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고, 그들을 함부로 평가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긴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공연을 볼 자유가 있습니다. 공연을 본 후 무대가 좋았다 나빴다, 음악이 훌륭했다 별로였다, 드라마가 괜찮았다 안좋았다 얼마든지 말 할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쓰릴미란 작품을 보고 난 후 거의 모든 관객들이 음악이나 작품에 대한 얘기 없이 오빠의 안부만을 걱정하고 사인 받기만 바라는 분위기라면 그건 그다지 썩 바람직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극장을 찾은 여성관객들보다 더 우려가 되는 건 '혹시라도(!)' 밝고 화려한 샤방샤방한 작품들만 뮤지컬로 생각하고 쓰릴미를 찾지 않는, 그리고 여친의 손에 이끌리지 않으면 스스로 극장을 찾지 않는 남성 관객들일 겁니다. 관객분석을 통해 이런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을 제작사측에서도 좀 더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뮤지컬 남성관객을 발굴하고 끌어들이는 일이 아마 다음 시즌 쓰릴미 제작진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밖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 핵심이 되는 원어가사를 그대로 쓰는 게 유행이긴 하지만 '쓰릴미'란 가사를 꼭 살려야 했을까?
   th 번데기 발음도 아닌 쌍시옷 "쓰릴미" 발음은 어색하기도 하고 뜻도 모르겠던데...
- 신촌 the Stage 극장 좋더라~ 블랙박스라서 더욱~
- 원작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동성애 코드가 확실히 사는게 원작자 Stephen Dolginoff는 실제로 게이가
   아닌가 싶다.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선 그저 여성스럽다고만 표현되는 그 게이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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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 2009.06.09 11:10 신고

    우연히 링크 타고 돌아다니다가 좋은 리뷰 잘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잘못된 부분이 보이네요^^; 김우형 씨는 2008년에 '나' 역이었다가 2009년에 '그' 역에 캐스트되었고, 올해 쓰릴미는 크로스캐스팅이었습니다. 정상윤, 김산호 페어도 있었고 강필석, 김우형 페어도 있었어요. 물론 언더였던 김하늘 씨도 정상윤 씨와의 공연이 있었구요. 이 부분들은 수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2008년 공연 때 '쓰릴미'를 '안아줘'로 번역한 바가 있습니다만, 너무 어색하다는 관객들의 반감을 사서(?!) 올해는 '쓰릴 미'로 가사를 원상복귀한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6.09 13:07 신고

      아 '그'와 '나'가 오타가 났군요~ 네이선과 리차드가 아니라 좀 헷갈렸네요 ^^ 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크로스캐스팅 부분에 있어서는 비율상 많은 부분 차지했던 걸 따지다보니 오해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더였던 김하늘씨의 부분은 제외했구요, 다른 페어의 공연들도 언급은 되어야 할 거 같네요~

  2. :D 2009.06.09 11:15 신고

    그나저나 여자들을 위한 남자들의 뮤지컬이라는 말이 확 와닿네요. 정말이지 여성관객 점유율이 무척 높은 작품이죠, 쓰릴미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더라도 여자관객 점유율이 90% 이상이라는 쓰릴미의 오명(?!)이 벗겨질지는 의문입니다. 남성관객들도 즐길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한들 그러한 장점이 곧 점유율로 이어지지는 않지요. 스토리텔링 분야 종사자로서 요즘 절감하고 있는 게, 남성 관객들 잡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더군요. 게다가 공연 쪽은 마니아계층이 더 많이 형성되어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여하튼 별로 아는 작품도 없는데;;; 돌아다니다 아는 작품 하나 나와 떠벌떠벌하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6.09 12:48 신고

      감사합니다~ 이 공연 통해서 뮤지컬 매니아 계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아쉬운 건 좀 더 대중적일 수 있는 작품이 소수의 전유물로만 남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3. Favicon of http://sweetworld.tistory.com 달콤한 꿈 2009.06.14 10:47 신고

    트랙백타고 왔어요 ^^ 관객층은 정말 숙제일 것 같아요. 일단 성별로도 그렇지만 연령층으로도 그래요. 타겟이 되는 관객층에 포함될 때는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가도, 좀 벗어나게 되면 그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로 부담스럽거든요. 극 자체의 성격상 한계가 있겠지만 그 작품을 보러 가는 게 껄끄러운 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잠재 관객의 발을 돌릴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글 흥미롭게 잘 읽었어요.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6.14 16:12 신고

      감사합니다~ 관객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장르에 대한 지나친 편식은 그다지 반갑지가 않아요~

  4. Favicon of http://me2day.net/mystyle_hi HARA 2009.06.15 04:22 신고

    잘봤습니다아~ :D
    마지막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원작자 돌기노프씨는 실제로 게이가 맞습니다^^
    올해 내한하셨을때 애인분이랑 같이 오신걸 봤었어요~ㅎㅎ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6.15 04:27 신고

      역시~~~ 좋은 정보 감사해요 하라님같은 분이 자주 들러주셔야 좋은 포스팅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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