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본격 성인 어쩌고 하는 광고가 붙어 있는 겁니다. 처음엔 무심코 보아넘겼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음? 성인? 본격 성인? 아오이소라? 여기 지하철 맞아? +_+

참고로 저는 드라고나라는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게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얼마나 선정적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죠.) 사실 게임의 내용이 폭력적이건 선정적이건 저와는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유료서비스일테고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이야 돈내고 즐기면 그만이니까요. 폭력적인 게임, 선정적인 게임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전 온라인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해 보기 위해 PC방 전원을 내려 보았다는 모 방송사의 주장처럼 게임의 폭력,선정성이 게이머들에게 유해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기에 더더욱 게임의 내용엔 관심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 게임의 마케팅 방식에 있습니다.

"본격 성인 대상" 이라는 문구를 버젓이 달고 있는 광고가 지하철을 비롯해 버스등 대중교통수단에 아주 큼지막하게 걸려있더군요. 마케팅에 돈을 꽤 들였는지 요즘 길거리 어디서나 이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언제부터 이런 성인 대상 아이템이 대중교통 광고매체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물론 우리가 필터링 힘든 유해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성인용품이나 성인대상잡지 혹은 성인사이트들의 낯뜨거운 광고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기사내용과 무관하게 무차별적인 19금 문구 도배에 짜증이 날 정도지요. 하지만 그런 성인대상 광고들도 스포츠신문이나 소규모 인터넷 언론들처럼 널리 트인 곳이 아닌 약간은 그늘진 곳에 자리잡아 혹시나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해 왔었고 그게 그나마 그들의 상도덕이었습니다.

하지만 버스나 지하철같이 탁 트인 곳에 대규모로 게재 되어 있는 이번 드라고나의 성인 RPG 광고는 필터링은 커녕 너무나 뻔뻔스럽고 공격적인 마케팅 행태에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게다가...

모델이...

아오이 소라입니다. 헉~!! @.@
아오이소라가 게임의 캐릭터로 등장하거나 아니면 게임 외적인 이벤트의 하나인 모양입니다.

(인물 소개 사진이라도 첨부하고 싶지만 적당한 사진들을 구하기가 힘드네요. 포스팅까지 19금으로 만들 수는 없기에 +_+)

아오이소라는 일본의 유명한 AV배우입니다. 아는 분들은 알고 모르는 분들은 모르실테지만 야동 좀 보셨다 하는 분들은 이름은 낯설더라도 얼굴정도는 낯이 익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뭐 일본이라는 곳이 워낙에 각양각색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에 AV라는 장르가 유지되고 장사가 되는 것도 이해가 가고 그들의 커리어도 인정하지만 우리나라에서 AV배우가 상품화 되는 것은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엠넷 '아찔한 소개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킹카남의 소개팅녀로 전직 에로배우가 출연했다가 과거가 밝혀져 망신을 당하고 킹카남에게 거절당하고 탈락한 일이 있었습니다. 방송 안에서뿐만 아니라 아니라 방송 외적으로도 해당 방송사가 사과 비슷한 해명을 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있었습니다. 정작 그 여배우는 아무도 묻지 않아 과거를 말하지 않았을 뿐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에로배우를 보는 시선이 대부분 이렇다는데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1,2년 전 아오이소라가 어떤 이벤트 때문에 한국을 찾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언론은 물론 중고등학생들까지 포함된 아오이소라의 팬들이 공항까지 마중을 나가고 스케줄마다 쫓아다니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여느 인기스타 부럽지 않았죠.

뭔가 이상합니다.
에로배우는 천대하면서 이웃나라의 AV배우는 떠받드는 이런 우리들의 모순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에로영화와 AV의 차이점은 굳이 여기서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또한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성인군자인 척 하려는 건 아닙니다.
성인 전용 게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광고도 물론 해야겠지요.
AV라는 장르를 폄하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AV가 필요한 성인들은 AV를 즐기는 거겠지요.
AV배우에 대해서도 굳이 선입견을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와는 다른 문화권의 직업인이고 자신들이 커리어를 가지는 것에 손가락질 할 이유도 없겠지요.

하지만...

백주대낮 서울시내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AV배우가 등장하는 '본격 성인' 게임의 광고를 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광고 밑에서 학생들은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있거나 영단어를 꺼내 외우고 있을 테고 엄마 손을 잡고 사탕을 빠는 어린아이도 있을 테니까요.

하긴 생각해보면 일반인(?)들이야 아오이소라가 누군지 잘 모를테니 별 문제 없을 수도 있겠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포함해 아오이소라가 모델인지 연기자인지 가수인지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평범한 이들은 아마도 그냥 모델이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AV배우가 지하철 광고판에 등장하는 건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제가 이상한 걸까요? 고지식한 걸까요? 어쩌면 그 일반인들 중 운나쁜(?) 몇몇은 그 이름을 검색사이트에 올려보는 등 관심을 가지기도 할텐데 그런 우려는 기우인 걸까요?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모습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p.s. 어쩌면 이 포스팅도 본의 아니게 게임 홍보가 되는 걸까요? 드라고나 마케팅팀의 고단수?
posted by 주군

(포스팅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나 동영상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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