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다양한 버전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작품도 드물겁니다. 저 멀리로는 그리스 신화 속 '피라무스와 티스비' 설화에서 시작해 가깝게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있으며 그밖에 발레,오페라 등 여러가지 장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다루었더랬죠. 로미오와 줄리엣이 여러 형태로 변주되는 걸 보면 중요한 건 스토리가 아니라 스타일이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데요. '유나이티드 소울'의 멀티컬 댄싱 로미오와 줄리엣도 익숙한 스토리를 춤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몬태규, 캐퓰릿 양 가문의 대립을 서로 다른 춤의 대립으로 풀어내는 시도가 재미있습니다. 로미오의 몬태규 가문은 힙합,비보잉을 선보인다면 줄리엣의 캐퓰릿 가문은 라틴댄스를 비롯하여 왈츠 등 정통 클래식 소셜댄스를 선보입니다. 무도회에서 우연히 만난 로미오와 줄리엣은 첫눈에 반하고 사랑을 느끼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춤의 대립으로 표현합니다. 스트릿 댄스에서 시작해 이제는 흔한 설정이 된 '배틀'은 몬태규와 캐퓰릿의 반목을 그려내기에 아죽 적절한 설정인 듯 합니다.

유나이티드 소울은 1시간이란 길지 않은 시간에 춤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듯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도 간결하게 다듬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은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고 두가문의 대립과 결투 속에 숨을 거두고 말죠. 줄리엣이 거짓죽음을 택하고 로미오가 따라죽고 하는 복잡한 과정은 모두 생략되었습니다. 둘은 죽어 밤하늘의 별이 되고 둘의 죽음으로 마침내 두 가문은 화해를 하게 됩니다. 스토리가 생략된 것은 이해가 가지만 댄서들의 연기는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애절한 사랑이야기라는 스토리와 감정표현이 있는데 대사가 없는 만큼 캐릭터나 상황이 배우들의 연기로 표현되어야 할 텐데 그 훈련이 덜 되어 있는 것 같아 약간은 아쉽습니다. ' 댄싱'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만큼 스토리나 연기는 놔두고 춤만 보려고 하더라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비보잉이 대중화 되어 세계무대에 나가서 수상을 하는 대한민국에서 유나이티드 소울의 비보잉은 아크로바틱을 뛰어넘는 묘기수준의 비보잉을 이미 많이 접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뭔가 부족합니다. 살사를 비롯한 탱고와 왈츠의 클래식 댄스도 자잘한 실수들이 아쉬움을 남깁니다.

하지만 춤으로 드라마를 풀어내려는 노력들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티볼트가 등장해 로미오와 대립하고 줄리엣이 이를 말리는 장면같은 경우 라틴댄스와 비보잉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면서 상황전개도 잘 이루어져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작은 극장에서 펄럭이는 천을 사용하는 등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소울의 춤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었는데도 공연을 아마추어 수준으로 만드는 요소들이 꽤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조명과 음향의 실수들이 잦아 극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었을 뿐 아니라 중요한 장면에서 실소가 터져나와 극의 완성도가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리허설만 한 번 제대로 했어도 잡아낼 수 있는 실수들인걸로 봐서 아마도 리허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구나 싶었는데 이건 수많은 공연을 소화해 내야 하는 프린지페스티벌 내부에서도 자체적으로 가져야 할 고민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리허설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올라가는 공연들이 많았거든요.

멀티컬이란 타이틀답게 춤은 물론 가요와 재즈, 뮤지컬 음악 등 다양한 노래까지 라이브로 선보이며 한시간을 엔터테이닝으로 꽉 채워주었는데요, 그 구성과 완성도에 있어서 좀 더 깔끔한 방향을 찾는 것이 유나이티드 소울의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프린지공연은 아니지만 유나이티드 소울의 공연영상을 맛보기로 소개합니다.




(이 포스트는 프린지페스티벌 블로그 '프린지데일리'에 동시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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