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픕니다.

단지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낙선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배워왔고 알고 있던 모든 옳고 그름의 가치관이 무너졌기 때문에 슬픕니다.
당장 광화문에는 박정희의 초상화가 등장했고
TV에는 유신시절의 영상이 나오며 팡파르가 울려퍼지고 있는데
단 한 번도 현실로 받아들여본 적 없는
어두운 과거라고 배워왔던 그 역사를 이젠 받아들이라 하는 듯 합니다.
혼란스럽고 먹먹하기만 합니다.

나중에 후세에게 과거 독재가 어떠했고 민주화가 어떠했고 언론통제가 어떠했으며
그 때 나는 무얼 했었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누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언어로 나에게 말해 주면 좋겠습니다.

현실이 내 이상과는 너무나 멀리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지역감정과 세대격차의 현실을 알았고 언론의 힘을 알았습니다.
그 격차들이 줄어들기엔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겼다고 깔보지 말고 졌다고 주눅들지 맙시다.
양쪽 다 이 나라의 절반입니다.
서로 거친 언어로 욕하지 맙시다. 귀 기울이고 들어봅시다.
어디 딴 세상 사람들 아니고 내가 길 가다 마주치는 두 명 중 한 명입니다.

투표한 사람들은 이제 지켜봅시다.
내가 뽑았다고 다 용서하지도 말고
내가 안 뽑았다고 무조건 욕하지 맙시다.
못하면 못한대로 비판하고 잘하면 잘한대로 칭찬합시다.
우린 투표를 한 거지 종교를 만든 게 아니니까.

내가 지지했던 문재인님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당신을 처음부터 신뢰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신 덕분에 희망을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절대 쓰러지지 마십시오.
안철수님 꼭 돌아와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주십시오. 국민들은 당신의 메세지를 잊지 않을 겁니다.
진실을 위해 모든 것 다 버리고 노력했던 언론인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당신들의 노력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계속 옆에 있을게요.

난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다만 잊지는 않으렵니다.
현실을 알았으니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기다리렵니다.

이제 TV는 꺼 두고 책을 좀 더 가까이 하렵니다.
온라인은 좀 닫아두고 사람들의 체온을 느끼며 대화를 나눠 보렵니다.

그렇게 다시 희망을 얘기합시다.
우리 다시 춤을 춥시다.

2012. 12. 20
대한민국 국민 주재규


  1. Favicon of http://o.com sd 2012.12.20 15:12 신고

    님의 말씀이 정답이네요

    건강관리하며 취미나 즐기며 살아야겠습니다




사용예



나름의 투표독려랄까



posted by 주군

대선토론 후보 발언별 팩트 체크


잘 정리 되어 있네요


아직 선택의 기로에 서 계신 분들 참고하세요


1차 - http://slownews.kr/5991

2차 - 
http://slownews.kr/6069

3차 - 
http://slownews.kr/6104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홍보하고 상대편 후보를 깎아내리는 류의 일들은 이 시점에서 크게 의미 없어 보입니다. 얼마 전 '킹메이커'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니 어느 쪽이건 지지자들은 좀처럼 그 마음을 바꾸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고 하죠. 뚜껑을 열지 않았을 뿐 어쩌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저 이 시점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최대한 상식선에서 지금의 대선 과정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게임체인지'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게임 체인지
감독 제이 로치 (2011 / 미국)
출연 줄리안 무어
상세보기

2008년 미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하고 낙선한 존 맥케인 캠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사실 자격 미달인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이 대선 과정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는가 하는 것이 주요 스토리이지만 제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존 맥케인(에드 헤리스) 캠프는 상대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공격하기 위한 선거 전략을 내세우는 데 그 과정에서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되게 됩니다. 오바마가 아랍인이라는 흑색선전 등 지지자들의 모습은 살벌해지기까지 합니다.


선거 유세 도중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존 맥케인(에드 해리스)


그런데 지지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급기야는 험악해지기까지 합니다


맥케인은 이런 과열된 분위기에 우려하게 됩니다.
 


결국 유세 도중 근거 없는 소문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자신의 지지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지자 아줌마가 말하는 중



맥케인은 차분하게 설명합니다



실제로 미국 정치판이 이런 훈훈한 분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맥케인이 저런 품성을 가졌는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저 한 줄의 대사가 영화를 본 이후 내내 머리 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그는 건실한 가족이자 시민이다. 몇몇 특정한 쟁점들을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저 한 줄의 명제를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이의 생각이 똑같을 수 없고 각자의 다양한 생각들을 조율해서 다수가 원하는 안을 채택해 따르게 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모습일텐데 언제인가부터 우리에겐 이해와 포용은 사라지고 비방과 공격만 남게 되었습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아닌 '좌좀'과 '수꼴'이라는 거친 용어로 대표되고 있고 대립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건 정치권의 대표자들뿐 아니라 그 지지자들인 우리들까지도 그렇게 괴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SNS 타임라인과 각종 매체들의 댓글들에는 살벌한 용어들이 난무합니다. 댓글 조작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조작이라고 볼 수 없는 실명을 내세운 글들도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비상식적이라고 말하며 상종할 가치도 없다고 말합니다.

대체 우리를 이렇게 괴물로 만든 건 누구일까요? 우리를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판의 투사로 만든 건 대체 누구일까요? 이런 비정상적인 민주주의판을 만들어 놓은 건 대체 누구일까요?
정치인들? 대통령 후보들? 언론매체? 국민들?

대선을 이틀 앞두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반대 진영을 설득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재인에게 박근혜 지지자들은 박근혜에게,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신껏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누구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의 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한 표가 제일 중요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지금의 비정상적인 민주주의 판을 만든 자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투표해 주세요. 최대한 상식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세요.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말고 티비에 나오는 이미지에만 휘둘리지도 말고 역사도 돌아보고 공약도 보고 정책도 보고 TV토론에 나온 모습도 보고 누가 더 민주주의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신 후에 투표해 주세요. 지난 5년 MB정부동안 행복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국민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된다고 하죠. 우리가 괴물이 되면 우린 그런 대통령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판 썩었네 후보들이 다 똑같네 하지 마시고 어느 후보든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정 찍을 후보가 없다면 안찍고 기권표 내고 나오셔도 됩니다. 투표장에만 갑시다. 투표율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고 우리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5,60대 이상 부모 세대분들은 더 많은 날을 살아야 하는 자식 세대를 위해 투표해 주세요.

3,40대 청장년층 분들은 현실을 위해 투표해 주세요.

20대 분들은 미래를 위해 투표해 주세요. 정치에 관심없는 거 쿨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투표해 주세요.
(형이 다 해봐서 안다. 나중에 후회한다.)




p.s.

마지막으로 어느 쪽을 지지할지 확신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이라고 느꼈던 찬조연설을 하나 첨부할까 합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누군지 잘 몰랐었는데 이번 기회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5,6공의 인사였고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이회창의 편에 서서 노무현을 낙선 위기까지 몰고갔던 보수진영의 책사로 불리는 분이자 작년에 안철수를 처음 정치판에 끌어들인 사람입니다.

물론 때가 때이니만큼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는 이력과 타이밍입니다. 하지만 이 분의 찬조연설을 들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민주화의 반대편에 서서 느꼈던 부채의식이라는 말. 그 어떤 보수 인사가 이런 말을 했던가요? 그 진정성은 각자가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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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지금까지 이번 대선만큼 나도 뭔가 보탬이 될 순 없을까 하고 느껴본 적이 없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움직이는 민주사회인 만큼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다수가 원하는 정부와 수장을 받아들이고 박수를 쳐 줘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 실패, 자연 파괴, 민주화 퇴보, 각종 비리 등으로 더 이상 나빠질 게 없어 보일만큼 실망에 탄식만 자아내게 했던 MB정부 5년을 겪어 왔는데 이제 친일과 독재의 과거가 부활하려는 모습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용납하기가 힘들다. 5년 전 MB때는 그랬다. 그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성품과 자질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못마땅했고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딱히 대안이 없었고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2008년 6월10일 MB산성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또 다르다. 그저 사람의 됨됨이나 당의 정치적 이념 차이를 논해야 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배워왔고 느껴왔던 모든 가치관들이 무너져 버리는 경험을 해야 하는 거다. 친일, 유신, 독재, 부정선거, 언론탄압... 그동안 옳지 않다고 배워왔던 모든 것들이 하나둘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고 그런 과거의 미화가 이미 시작되었고 온 나라가 그 목표를 위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인다. 그 분이 대권의 자리에 오르지도 않았는데도 이런 상황인데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될 지 암담하기만 하다. 지금껏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자그마한 신념정도는 있었는데 내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다음 세대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해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고 끔찍하다. 이 모든 것들이 차라리 선동이고 망상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엄연히 유죄판결을 받은 5, 6공의 수장들이 여전히 국가의 비호 아래 실세 행세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망상은 아닌 듯 하다.

문제는 우리들이다.

국민들은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된다고 했던가. 살아온 발자취를 봐도 답이 나오고 토론을 봐도 답이 나오고 포스터 사진을 봐도 답이 나오는데 지지율은 (지지율 또한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앞서고 있고 제 기능을 상실한 메이저 언론들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니 '토론 압승'이니 여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가진 우리 부모님 세대 혹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은 그 여론에 그대로 편승하겠지. 나 또한 5,6공 때 여당을 추종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조선일보를 구독했고 티비에서 말하는 것들 다 믿었고 정치에 관심 없었고 사표도 날려봤었기에 그런 상황들이 이해되면서도 알기에 더 안타깝다.

정치에 관심 없는 걸 멋으로 알던 어린 시절 20대가 있었다. 대학교 시절 학교 동기가 시위 도중 죽고 종합관 건물 하나가 전쟁터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난 그저 대학로에서 하고 싶은 연극을 하고 있었고 군 시절 대선 부재자 투표에선 아무 생각 없이 포스터 사진 잘 나왔다며 이인제를 찍었었다. 그런 과거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부끄럽고 부끄럽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2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으려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 봐야 인터넷에 끄적거리는 거 밖엔 안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 보련다. 침묵하지 말자. 결과가 어떻게 되든 다음 세대에 당당해지도록...

posted by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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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단일화라는 게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진행되어야 옳은 건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안철수의 전격 사퇴로 일단락된 듯 하다. 일부에선 단일화냐 사퇴냐를 문제 삼고 원만한 합의, 아름다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생각해 보면 대권이라는 절대 권력을 앞에 두고 '아름다운' 합의가 어찌 가능할까 싶다.

이 둘을 보며 프로도와 샘이 떠오른 건 나 뿐인가


이거... 꼭 버려야 돼?



반지의 제왕에 보면 절대반지를 파괴하고 절대악을 물리치기 위해서 인간, 드워프, 엘프 3종족의 최정예 멤버들이 힘을 합쳐 반지 원정대가 꾸려진다. 하지만 절대반지 앞에서 평정심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 그 최정예의 반지원정대도 결국 와해되고 만다.


어쩌면 우리들 투표원정대


아무리 대의를 위해서라지만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을 놓고 누가 선뜻 양보 하고 싶을까. 그것도 서로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는 사람들끼리 내심 상대방이 빠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당연하리라. 그러니 그 과정에서 의견충돌도 있고 그런 거지. 그런 점에서 후보등록을 몇 일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안철수의 사퇴는 어쩌면 더 진흙탕 싸움이 돼 서로 이미지에 흠집이 나기 전에 내린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캠프에서 보여준 볼썽사나운 모습은 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대통령이란 절대 권력 앞에서, 그것도 꽤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던 사람이 그 자리를 포기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애초에 안철수의 역할은 여기까지였고 이 모든 과정이 계획된 것이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후보 사퇴를 결정하는 데 있어 엄청난 인간적 고뇌가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 정의롭던 보로미르도 절대반지 앞에선 돌아버리고 마는 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방식이야 어찌됐든 이제 야권 단일화는 이루어졌는데 이제 문제는 우리 유권자들이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게는 당연히 잘 된 일일테고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야 어차피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 없이 자기네 후보 찍겠지만
안철수 지지자들 중 단일화 과정이 맘에 안 든다고 투표를 안한다느니 새누리당을 찍겠다느니 하는 모습들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사퇴했으니 그 아쉬움은 당연할테고 그 감정은 어쩌면 분노와 배신감과도 같을 것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안철수가 처음 출마를 결정했을 때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안철수의 지지자들이 그저 안철수라는 개인이 좋아서 선택한 걸까? 보수와 진보를 떠나 새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그를 선택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가 출마할 수 밖에 없던 배경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철수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MB정부 5년 동안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대한민국. 거기서 비롯된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사람들의 부름에 역사적 책임을 짊어지기로 한 안철수.

물론 앞으로 문재인 후보의 행보와 민주당의 행태를 눈여겨 봐야 하겠지만 분명히 투표를 포기하거나 정권을 연장시키는 쪽에 투표하는 것은 절대 안철수가 바라는 게 아니다. 안철수가 진흙탕에 뛰어들고 후보 사퇴를 하기까지 겪었던 고뇌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 번 이해했으면 한다.

포인트는 간단하다...






사우론이 군대를 일으키고 있는데 프로도가 맘에 안 든다고 원정대에서 빠질 텐가!






p.s.




posted by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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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져서 오랜만에 블로그를 열었는데 무슨 말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절망스럽기만 하다.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주저리 해 보려 한다.



① 총선


BBK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시작으로 4대강 논란과 천안함 의혹과 용산참사와 인천공항 매각 의혹과 사저 비리 의혹과 FTA 날치기와 국회 돈봉투 사건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부정선거 의혹과 불법 민간인 사찰과 측근비리 등등 일일이 셀 수도 없는 비리들이 터진 와중에,

MB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던 이 시기에


유례없는 KBS,MBC,YTN 3사 공동 파업에,

유쾌한 정치비판과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상 하나의 이정표를 만든 나꼼수 열풍에,

정치 변혁에 대한 열망이 드러났던 안철수 열풍에,

압도적이었던 소셜네트워크상의 정권심판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이렇게 되었다...


비주얼로는 그냥 파란색이었을 때가 더 나았다. 무섭다...


이름과 색깔만 살짝 바꾼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특별한 정치적 의견을 피력한 바 없는 예전의 리더를 중심으로 결집해 원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이뤄냈고

야권연대다 뭐다 말은 많았지만 어수선하기만 했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지켰어야 하는 사람들까지 내치면서 당연히 얻어냈어야 하는 것들을 얻어내지 못했다.


나꼼수 하면서 칼 맞을까 두려워 CCTV 있는 곳으로만 다닌다는 김용민은 8년전 인터넷 방송의 막말파문으로 탈락했고

정치적으로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으면서 논문 표절시비까지 휘말렸던 태권도 스타 문대성은 당선됐다.


노무현의 꿈을 다시 이루고 싶었던 문성근은 탈락했고

독도망언과 제수 성폭행 논란의 하태경, 김형태는 당선됐다.


대학 반값등록금은 먼 꿈이 되었고

대기업들은 더욱 활개를 치게 되었다.


정봉주는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고

박근혜는 돌아왔고

이명박은 숨어버렸다.


탄핵까지 바라진 않았어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랐다.





② 나


이런 글을 쓰고 있자니 내가 정치 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참고로, 난 정말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오히려 군인이셨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교회를 다니면서 보수 우파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았으면 받았지 결코 진보좌파적인 성향을 띨 수 없는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 운동권은 다 나쁜놈들이라고 가정교육을 받았고 선거때마다 무조건 여당(당시 민정당, 민자당)을 뽑아야 아버지 월급이 올라간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아침마다 조선일보가 집으로 배달되었고 20대 말까지도 하루종일 조선일보의 사설들을 소리내 읽으며 취업 준비를 했다.


대학 시절에도 운동권이라든가 최루탄이라든가 시위라든가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연극,뮤지컬에 빠져 살면서 내 삶을 성실히 살고 있다고 위안을 삼았다.

20대 중반 군대에서 맞이했던 15대 대선에서는 DJ가 뭐 하는 사람인지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채 부재자 투표에서 사표를 날렸었다. (고백하자면 ㅇㅇㅈ를 뽑았었다 ㅜ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걸 멋으로 생각했고 자유로운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번에도 20대 투표율이 꽤나 낮았다고 하는데 역시나 그런 20대 초중반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 부모님이 대주는 등록금으로 대학 다니면서 캠퍼스의 낭만을 더 느끼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현실참여를 강요하는 건 어쩌면 폭력일테다. 결국 사람은 겪어야만 느낄 수 있는 거니까.)


여당과 야당,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떻게 다른지 조차 구분 못하던 내가, 노사모도 노빠도 아니었던 내가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을 뽑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변호하던 인권 변호사, 밑바닥에서 출발했던 그가 한 나라의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희망'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 손으로 뽑은 첫 당선자가 노무현이었다. 이후에도 정치에 별 관심은 없었다. 오히려 이라크 파병 등 정책들로 '기껏 뽑아놨더니 저 따위야?' 하고 욕 하기 일쑤였고 쌍꺼풀 수술이다 막말이다 이슈가 나올때마다 그를 뽑았던 내가 괜히 민망해지고 부끄러워지곤 했었다.


그런데 어찌됐든 내 손으로 뽑은 내 대통령인데 그 대통령을 자기들이 끌어내리겠단다...

탄핵이란 단어는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인줄 알았는데 대통령을 자기들이 탄핵하겠단다.

더군다나 그 이유가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따져보아도 '그저 맘에 들지 않기 때문'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때부터 피아 식별이 되기 시작했다. 생전 안보던 백분토론이 재미있어지고, 투표율에 관심이 가고 했던 게 이 시기부터였다.


굳이 난 내가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생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더 많이 가지고 있고 그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쪽에 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눈을 바로 뜨고 세상을 보니 비상식이 너무나 많고 몰지각이 너무나 많더라. 난 가능한한 상식의 편에 서고 싶다.


언젠가 진보가 정권을 장악하고 온 나라가 진보의 성향을 띠게 되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또 편이 나뉠 것이고 또 서로 지지고 볶을테고 그렇게 변증법적인 역사는 계속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가 아닌 그저 상식의 편에 서고 싶을 뿐이다.




③ MB


나꼼수를 들으면서 MB정권을 욕하고 진보의 편을 드는 게 마치 포퓰리즘인 것처럼 희석하려는 이야기들이 들리는데... 난 MB가 대통령이 되기 전 서울시장일 때부터 싫었다.

청계천 복원이라며 한 사람도 편하게 지나갈 수 조차 없게 인도를 좁게 만들어 놓은 전시성 졸속 공사때부터, 버스전용차선을 만든다며 내가 낸 세금을 온통 쏟아부어 도로를 다 막아놓아 교통체증이 심해지던 때부터, 히딩크 앞에 쓰레파 차림의 아들을 데리고 나갔을 때부터 MB가 싫었다.


이후 이 사람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눈 앞에 뻔히 보이는 비상식과 비리들을 보면서도 성인군자를 뽑는 거 아니지 않냐며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어이없는 발언과 행동을 일삼고 명백한 범죄 전력을 가지고 있고 TV토론에서는 횡설수설하는 이 사람을 '경제는 잘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결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다.


말도 안되는 대운하 사업... 엄청난 정당성을 부여하며 밀어붙였던 사업인데 국민 뜻에 따르겠다며 취소한다고 하더니 시간차도 없이 그 즉시 4대강 사업을 들고 나왔다. 애초에 대운하든 4대강이든 중요하지 않았던 거다. 그저 돈이 될 수 있는 사업꺼리가 필요했던 거다.


이후 경제는 더 나빠졌고, 자연은 황폐화 되었고, 부정선거 이야기가 나오는 등 민주화는 자유당 시절로 후퇴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뽑을 사람이 마땅치 않으니 경제나 살리라는 뜻으로 MB를 선택했던 사람들의 생각은 '실수로 사람 하나 잘 못 뽑았다고 쳐. 그렇다고 뭐 더 얼마나 나빠지겠어?' 였는데,

그는 당선 후 5년 내내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게 진짜 포퓰리즘일까?




④ 착각


소셜네트워크 안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변화를 갈망하고 심판을 원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는 어쩌면 현실과 단절된 그저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들 중 하나의 게시판에 불과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결국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던 거다. MB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서로 높이고  떠들어 대면서 희망을 이야기 했지만 결국 우리들끼리 나불대며 '난 격랑의 역사 속에서 내 할일을 다하고 있네' 하며 자기위안을 삼으며 인터넷 뒤에 숨어버렸던 거다. 누군가는 광장으로 나가서 내 대신 싸워주겠지... 하는 착각들을 우리 모두가 하고 있었던 거다.


소셜은 민심이 아니었고 지방은 아직도 너무나 다른 세상이다.


아무리 나꼼수 청취자가 몇 백만이다 팟캐스트 세계 1위다 라고 해도 결국 투표장에 나가고 광장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던 거다. 이제 정말 광장으로 나가야 할 때인 거다.


이번 총선에서 '졌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잘못된 표현이다. 진 게 아니다. 싸울 의지조차 없었던 거니까.

2가지 용어가 생각난다.


스톡홀름 증후군 ;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오히려 자신들을 볼모로 잡은 범인들에게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는 심리현상


노예근성 ; 조선실록에, 종들을 개패듯 하던 주인이 어느날 개과천선하여 노비신분을 풀어주겠다고하자 나가서 입에 풀칠을 못할까봐 종들이 더 때려달라고 했답니다. (via twitter @jamesbirdny)


진짜 착각은 이 모든 게 대통령 한 사람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문제는... 국민들이었고, 우리들이었다.




⑤ 희망


그나마 희망이라면 노회찬과 심상정이 돌아왔고, 이제 차기 대권주자로 본격적으로 문재인을 거론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 새누리당이 1당이 된 마당에 대선도 어찌될 지 모르는 상황이고 대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국회에서 얼마나 시비를 걸 지 불보듯 뻔하긴 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 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의지보단 시대적 요구에 의해 그 자리에 서게 되었고 다른 이의 후광을 업고 있다는 점, 그리고 특별한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근혜를 비판하는 똑같은 이유로 문재인을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어준이 이야기 한 것 처럼 박근혜와 문재인의 '사사롭지 않음'은 전혀 다르다.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는 것과 정치적 동반자의 꿈을 이어가려는 건... 전혀 다르다.


그리고 우린 권력의지는 강하지만 됨됨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이 나라를 얼마나 말아먹을 수 있는지 겪지 않았는가. 그저 권력의지는 약해도 됨됨이가 제대로 된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절망적일 수록 유머를 잃지 말자.




p.s. 민간인 사찰하시는 분들 수고하세요.



posted by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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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진 2012.04.12 10:51 신고

    안녕하세요. 스위티스윙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진 이라고 합니다. 주군(주재규) 님의 이름은 익숙하지만 첨 인사를 드리네요. 광복이 페북을 통해 주군님의 블로그를 읽게 되었구요.
    아버님의 직업을 제외하면 가정환경이 저와 비슷하시네요. (많은 집들이 그러하겠죠?^^)
    좋은 글 너무너무 잘 읽고 갑니다. 이 글 때문에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을 꾹 참고 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시겠지만, 답답한 마음 풀어주셔서 감사인사 한마디 쓰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올 대선 이후에는 희망과 꿈이 이뤄진 글 읽으러 들르겠습니다. 꼭...^^*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12.04.12 14:28 신고

      감사합니다. 희망을 잃지 말아요 ㅎ
      5월부터 스위티 강습 합니다. 언제 인사라도 나눠요 ^^

  2. 조경희 2012.04.12 12:18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알고도 실천하지못하고말하지못하는것이 부끄러울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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