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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주군님의 2009년 12월 16일에서 2009년 12월 18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7) 이터널 선샤인 - 그래도 사랑은 계속된다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하는 그들 연작 포스팅... 오늘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포스팅 할까 말까 무척 망설였습니다. 지금까지 다루었던 영화들이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끝나버린 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사랑이 시간이 아닌 기억을 넘어선다는 다소 다른 설정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현실에서는 절대 경험해볼 수 없는 설정의 허구성때문에 고민을 하긴 했지만 고민끝에 연작 포스팅의 마지막 작품으로 정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던지는 메세지에 있습니다.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남는다... 고 말하는 '이터널 선샤인'입니다.

제목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는 알렉산더 포프의 격언의 인용이다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2004 / 미국)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일라이저 우드
상세보기

출근길에 충동적으로 회사 땡땡이치고 몬타우크 해변으로 떠나는 조엘(짐 캐리)은 우연히 푸른머리의 발랄한 아가씨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을 만나게 되고 금새 서로에게 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며칠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헤어진 연인들이었습니다. 둘의 관계가 고통스러운 나머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 사에 의뢰해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웠던 것인데요...

클레멘타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운 것에 충격을 받은 조엘이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가면서 둘의 지난 사랑의 과정을 되짚어가면서 영화는 진행됩니다. 아름다웠던 사랑의 시작과 끔찍했던 사랑의 종말, 그 모든 기억들이 조엘의 눈앞에서 하나둘씩 사라져가자 조엘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그 기억의 삭제과정에서 도망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기술자들의 밤샘작업(?) 끝에 끝내 기억은 모두 지워지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지만 그들은 또다시 그들의 추억의 장소에서 서로를 만나게 된 거였습니다. 결국 둘이 연인사이였고 입에담지 못할 말들로 상처를 주고 서로를 지우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엘과 클레멘타인...

정말 사랑했었는지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건지 사랑을 계속 해야 하는건지 혼란스럽기만 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예전에 어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어떤 남자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고로 기억을 잃고 행방불명이 되었던 남자는 마침내 가족과 다시 만나게 되지만 자신을 남편이라 부르는 아내와 아기에게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어색해하며 겉돌기만 하죠. 오래전이라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게 현실이구나 싶었더랬습니다.

사랑이란 어떤 감정일까요? 열정이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 감정인걸까요? 우리는 보통 사랑이니 분노니 하는 희로애락의 감정들과 열정이니 용기니 하는 추상적인 단어들을 사용할 때 마치 가슴이나 심장에서 그것들이 생겨나는 양 말하곤 합니다. 그리고 사실상 모든 이성과 감성을 통제할 뇌가 위치하는 머리는 논리적인 사고나 판단력에나 쓰이는 걸로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사랑이란 감정이 뇌 속에서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에 의한 일종의 환각작용이란 걸 숱하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각인 셈이죠. ('매트릭스'를 떠올려 봅시다.)
결국,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뇌 속에 저장되어 있던 단순한 기록들과 함께 그 기록들과 함께 매칭되어 저장되어 있던 느낌과 감정들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과학적으론 좀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나를

기억해요...


아, 물론 오늘 포스팅을 이렇게 삭막한 결론으로 끝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그렇다는 거죠.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들은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을만큼 힘든 사랑을 겪고 있습니다. 쿨하게 사랑을 떠나보내지 못했던 이전 포스팅의 주인공들처럼 조엘과 클레멘타인 역시 사랑에 얽매이는군요.
 
'이별의 기술'이란 책에 보면 사랑은 예측하지 못하는 강렬한 광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헤어질 때에도 정상적일 수 없다고 얘기 합니다. 때문에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일종의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사랑이란 서로 다른 둘이 만나 또다른 하나를 만들어내는 강렬한 감정이기 때문에 사랑이 끝날 때에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임팩트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마치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엔트로피' 이론과 비슷하게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둘은 다시 만나고 어제까지 사랑했던 그녀의 앞에서, 헤어진 이유를 알고도 서로 끌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클레멘타인 : 난 완벽하지 않아.
조엘 : 너랑 헤어져야 할 이유를 못 찾겠어.
클레멘타인 : 찾게 될거야. 넌 나에 대해서 다시 싫증날거고 답답함을 느끼게 될거야.
조엘 : ... 괜찮아 (OK)
클레멘타인 : ... 괜찮다고? 그래? (OK?) 그래~(OK~)

(뒷부분의 '오케이'는 해석이 참 힘드네요. 원작의 느낌으로 이해해야 할 듯 합니다.)

OK~

OK?


현실에서 이런 경우가 있다면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정말 다시 사랑하게 되었을 지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기억상실증의 남자처럼 서로 전혀 못알아보고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갔을지 모르죠. 그저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감독이 만들어낸 로맨틱한 설정에 눈물지으며 '그렇구나~ 맞아 사랑이란 역시 그런거야~' 하고 추측할 뿐입니다. 이 영화도 역시 낭만주의가 만들어낸 조금 색다른 버전의 판타지인걸까요?

하지만 우리는 '이터널 선샤인'에서 우리가 절대로 놓쳐선 안 될 중요한 한가지를 배우게 됩니다. 언젠가 끝이 날 걸 알면서도 설령 그 끝이 끔찍할지라도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거죠.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사랑에 행복해하면서도 아파하고 상처받고 그래서 다시는 다치지 않으려고 새로운 사랑을 겁내는 건 영화 속 주인공들 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땅에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사랑에 힘들어하고 상처를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걸 이 영화는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가요? 뜨겁고 열정적이기보다는 쿨함이 미덕으로 여겨지고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다양한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지만 불확실성이 팽배한 나머지 불안정으로 인한 불안함이 사회정서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떤 것도 불확실한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믿어야 할 확실한 단 하나는 어쩌면 '사랑'이란 게 아닐까요? 전혀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이 사랑이란 감정이 어쩌면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 삭막한 시대를 사는 우리들을 구원해 줄 수 있진 않을까요? 때문에 비록 그 사랑이란 것이 낭만주의가 만들어 낸 신화이고 우리의 뇌 속에서 일어난 화학작용으로 인한 착각일지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해야하고 우리 마음 속 열정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건 아닐까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번만 오는 거야.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거야...

어쩌면 우린 라쿠나 사의 고객들처럼 어제까지의 기억을 다 삭제당하고 사랑을 잊어버리도록 강요받으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유도 없이 왠지 계속 눈길이 가고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한 번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혹시 당신을 사랑했던가요?' 라구요...

마지막으로 이터널 선샤인에 삽입되었던 Beck의 노래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를 띄우면서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지금까지 '지난사랑을 잊지 못하는 그들' 연작 포스팅 그 대단원의 마지막 작품 '이터널 선샤인'이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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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엘 2009.05.21 14:23 신고

    아...이 영화. 정말 별 생각없이 봤다가 로맨스 영화 중에서 기억할 만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돌 속에서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랄까요.
    짐 캐리가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 줄 처음 알았어요. 맨날 코메디만 봐서 몰랐는데...
    게다가 참 멋지고 잘 생겼구나 하고 느꼈어요.

    사랑과 기억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잊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했던 영화입니다.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5.21 19:38 신고

      짐 캐리는 진지한 거 할 때가 더 멋진 듯 해요~

  2. nubia 2009.05.30 11:47 신고

    작년에 한동안 영화만 보고 살았을 때가 있었어요.
    그 때 노트북과 이터널 선샤인 등 참 많은 좋은 영화들을 봤지요.
    올해도 많이 보고 참 다양한 장르의 영화 리뷰를 많이 써기도 했는데
    요즘 건강문제로 잠시 주춤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진지하고 따뜻한 시각의 리뷰들이 전 참 좋네요.
    제가 글 쓰는 스타일이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친근감도 들구요^^

    가끔씩 들러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 공유할 수 있었음 싶네요^^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5.31 21:34 신고

      좋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순수한 영화리뷰라기보단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식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스스로도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저도 블로그 들러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별의 기술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프랑코 라 세클라 (기파랑, 2005년)
상세보기


방송국 복도에 놓여있는 출판사의 홍보용 책들 중에 제목이 맘에 들어 집어온 책이었다.
전속시절이었으니 4년전이었나?
이제서야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 책이 있다. 몇 번이나 읽어보려고 책을 들지만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 챕터원만 뒤적거리다가 마는 책.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사랑과 이별이란 흔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썩 와 닿지 않는 문체와 학문적인 용어들... 진도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무려 4년이나~
아마도 이 책은 '연인들이 쿨하게 헤어지기 위한 실용지침서!' 같은 건 아니었나보다.

책에 집중하게 된 건 '열정'이란 단어에서부터였다.

열정에 눈이 먼 우리는 앞으로 무엇이 닥쳐올지, 예측조차 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그것은 열정이 아니다.
...
열정은 과거와 미래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현재에서만 존재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있다.
열정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 시간은 그 흐름을 멈춘다.
...

- 이별의 기술, 38p

왜 이별은 그렇게 고통스럽고 관계는 늘 안좋게 끝나는가.

열정과 광기. 사랑은 그렇게 이유없이 예측할 수 없이 시작된다. 이별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강렬하게 시작된 것처럼 헤어지는 데에도 그만큼의 에너지와 임팩트가 필요하다. 마치 어떤 상태를 원래의 것으로 되돌리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자연과학의 법칙(엔트로피)과도 같다. 이별이 힘든 건 어쩌면 당연한 자연의 원리인 듯도 싶다.

이 책은 사랑이 끝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사랑을 위해 나아가기 위해 사회 속에 이른바 출문(出門)의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에서 이별이 죽음과도 같으며 그를 위해 애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던 게 떠오르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에 사람들을 불러 음식과 술을 대접하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슬픔을 정화시키는 것처럼 남녀간의 이별에도 뭔가 사회적인 과정과 의식이 필요한 것일까?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상세보기



다시 돌아가서,

이 책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더 흥미로운 부분은 인류학적인 과정에서 사랑과 결혼에 대해 고찰한 부분이다. 18,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열정적인 사랑이 우리의 가치관에 자리잡기 시작한 과정부터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열정적인 '사랑'이라는 '가치'와 지극히 객관적이고 사회적이며 냉정을 요구하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양립하고 있는 모순적인 행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 사랑과 결혼이 분리되어 있던 과거의 모습들과 20세기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결혼제도에 사랑을 강제로 결합시켰던 과정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는 엄청난 개혁과 발전을 시도해왔던 현대문명이 왜 '사랑'이라는 엄청난 가치에 대해서는 과거 가톨릭교회로부터 시작된 결혼이라는 낡은 제도 아래 묻어두려고만 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부분이다. 생각해 보니 사랑과 결혼이라는 그 엄격하고 잔인한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별은 분명히 사랑의 끝이 아니라 사랑의 한 부분이다.
이별을 통해 우리는 좀 더 성장하고 자유로워지는 것 또한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와 여러가지 편견등으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사회분위기 또한 존재하는 것 같다.

열정적이고 고결한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하면서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는 안된다고도 말하는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들에게 '이별의 기술'은 또 한 번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고 있다.

p.s. 주위에선 결혼하라고 성화인데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만 눈에 들어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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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이별의 기술  (2) 2009.05.09
  1. Favicon of http://biti.tistory.com BT_비티 2009.07.08 16:40 신고

    이별의 기술... 싱글들의 염장을 지르는 제목이네요...ㅋ
    언제부턴가 저는 연애를 시작할 때 어떻게 헤어질까를 염두에 두게 됩니다. 굳이 애정이 식어서도 아니고, 그냥 그게 자연스럽게 되더군요. 제 속의 열정이 사라진걸까요?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듯이, 끝이 있어야 또 다른 시작이 있겠지요?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7.09 01:39 신고

      제목이 그런 느낌인가요? 책 내용은 전혀 아니예요 ㅎ
      사랑의 끝을 준비할 순 있지만 계획하진 마세요~
      희망이 없는 사랑 또한 불행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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