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해외교류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태국 B-floor theatre의 'Goda, gardener(고다,가드너)'에 축제 통신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난데없이 출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성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덕에 공연 해설을 부탁받은 건데요. 막상 연습장에 가서 보니 해설이라기 보다는 출연의 개념이더군요. 어찌되었건 인디스트 주군은 이렇게 2박3일간 '고다,가드너'와 함께 하게 됩니다.


'고다,가드너'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정원사 고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원사는 상징적인 표현일 뿐 고다는 풀과 바람, 자연과 함께 하며 평화로운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을 대신하는 이름입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고다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풍성한 삶을 주신 신께 감사하며 이웃들과 수박을 함께 즐길 수 있음에 행복해 하죠. 하지만 곧 벌레들의 습격으로 자신의 터전이 피폐해지고 고다는 먼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이방인인 그곳에서 쇠붙이와 기계를 다루며 공장생활을 하게 된 고다는 열심히 일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이 떠나온 푸른 공간을 그리워 합니다.

이 작품은 대만에서 일하는 태국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공장이 불에 타버린 태국 이주노동자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낸 이 작품은 현대 물질문명과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무용과 음악, 나레이션 등의 방법을 통해 잘 표현해 내고 있죠.


우리나라나 미국, 유럽 등의 현대무용 작품밖엔 볼 기회가 없었던 저에겐 태국팀 B-floor의 작품과 그 작업방식이 무척이나 새로웠습니다. 태국인의 크지 않은 몸집에서 나오는 그 탄력과 에너지, 그리고 태국 전통 무예 무에타이를 연상시키는 배우의 몸놀림 등은 서양의 움직임과 상대적으로 그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의 움직임과는 확연히 다른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나레이션도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마치 브레히트 작품에 등장하는 해설자처럼 '고다,가드너'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무용수의 움직임에 3인칭 해설이 덧붙여집니다. 움직임과 이미지만으로 모든 것이 전달되어야 하는 무용극에서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할까도 싶지만 이 작품의 경우엔 움직임만으로는 자칫 뻔한 스토리가 되어버릴 수 있는 극에 감정변화, 상황변화를 해설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극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분명한 데 비해 장면이나 감정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 극에서 나레이션은 극 자체가 자칫 난해해지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나레이션 덕분에 오히려 무대 위 배우의 움직임과 이미지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던 거죠.

BYOV의 일환으로 진행된 '클럽오백'에서의 공연도 '고다,가드너'의 색깔을 잘 살려 준 것 같습니다. 클럽오백의 zen스타일의 인테리어와 구조는 자연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고다의 이미지를 잘 살려주었습니다.


몇마디 안되는 짧은 영어로 대화를 해 가면서 '고다,가드너' 2회 공연을 무사히 마쳤는데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인터뷰다 뭐다 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Kage와 Jaa 태국으로 잘 돌아가길 바랍니다. B-floor theater 기억하겠어요...

사진_임석구



(이 포스트는 프린지페스티벌 블로그 '프린지데일리'에 동시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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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양아치를 만나고 깨달았다. 난 내가 마이너인걸 인정하지 못했던거야. 늘 메이저가 되려고 발버둥쳤지만 결국 껍데기에 흉내내기였을 뿐… 일도 사랑도… 모든 불행은 거기서 시작된 거였어."
 - 090717 Joogoon


이 포스트는 제가 인터뷰 진행한 것을 프린지 인디스트 세유가 편집한 내용입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


양아치라는 단어를 알고 계세요?

그 단어는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나요?

만약 양아치라고 불린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09 인디스트 축제통신원의 첫 인터뷰.

창동 창작 스튜디오의 양아치를 만나봤습니다.

평범한 양아치가 아닙니다.

바로 2009 축제 메인이미지를 만드신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 작가님입니다.

 

프린지 메인이미지

 

황금에 대하여

양작가님 작업실에 들어가니 여기저기에 금박지들이 붙어있습니다.

프린지 메인이미지에도 금박지가 들어가 있는데요, 금박지는 어떤 의미일까요?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들코리아 3부작 프로젝트가 있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에 황금 얘기가 나와서 금박지 작업이 들어가요. 미들코리아는 존재하지 않는 나라지만, 실제로 우리 현실과 관련이 되거든요. 그걸 시각화하는데 정점으로 잡을 수 있는 부분이 과거 서구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나 동양을 바라볼 때였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시각적인 이미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다보니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가 보이고, 출발점이 남미의 어떤 부족의 황금분칠을 한 추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새로운 가치, 새로운 상상력에는 황금분칠을 한 추장의 이미지가 생각납니다

청년과 나무 그루터기, 그리고 황금

제 3의 황금 눈, 그리고 황금버섯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청년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통해서 황금분칠까지는 어렵겠지만, 세 번째 눈이 황금 눈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주어진 것들은 척박하고 힘들지만, 황금의 새로운 가치, 새로운 질서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로 이런 이미지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제 제자인데, 표정도 언제나 이래요.

 얘, 클래식 하지 않나요?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아방가르드라고 생각합니다. 흉내나 모방하는 것이 아닌 진짜 아방가르드는 클래식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또 다른 사진엔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 옆으로 나무 그루터기가 있고 옆에 황금버섯이 있습니다. 황금은 언제나 작고 숨겨져 있지만, 그 가치는 점점 성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의 삶들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잘 알아채지 못한 채, 나무 그루터기엔 관심이 없습니다. 자신의 앞에 고정적인 것들을 찾을 뿐, 잘려 나간 것은 관심이 없지요. 나무 위치가 작업실 근처 언덕에 있는데, 이게 참 재밌습니다. 그 언덕을 가로질러 도로가 있고, 양옆으로 공원이 있거든요. 사실은, 예전에 군부대가 있던 장소였고, 그전엔 내시들 무덤이었죠. 묘지에서 부대로, 부대에서 공원까지. 텍스트가 참 재밌더라고요. 아직도 내시의 묘지가 일부 남아있고, 지금도 묘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런 무덤 사이에 길을 내 체육공원을 만들었는데, 완성되기 전에 산책하러 갔다가 거기서 두꺼운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를 봤습니다. 두꺼운 나무를 왜 잘랐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현실세계가 한 번에 날아가고, 기존질서에 관심 없는 채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급급한 사회. 또 그 새로운 질서는 다시 무너지는 그런 현실. 뭐가 우선시 되는지 모르는 시대를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빛나는 것들은 여전히 한 편에 존재합니다. 청년의 이마에도, 나무 그루터기의 구석에도, 프린지에도, 일상에도.



2009 프린지 메인이미지의 변화

일러스트가 강한 기존 프린지 메인이미지와 다르게 사진으로 작업하신 이유는?

 기존의 프린지 이미지를 자주 봤고, 프린지에도 많이 참여한 만큼, 프린지가 나에게 뭘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과거의 프린지 이미지는 늘 젊음, 생동감, 새로운 시도로만 꾸려져 있습니다. 이는 순수하지만 순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더군요. 그전까지의 시각적, 인공적인 메시지에 의지가 강하면서 개인 작가에 의해 이해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닌, 이런 부분들을 열어두면서 순수한 면을 부각시키고 세련되게 하기 위해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국민 전체가 사진을 찍는 세상이니까요. 

 사진의 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의 세계를 조성하는 회화적인 관점과 세계 일부분을 잡아내는 아카이브한 관점. 대부분이 현실을 잡아내는 후자에 몰리지만, 저는 회화적인 관점을 추구합니다. 현실에 이야기가 들어가면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보니까요.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은 상황.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현실을 보기위해선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사진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메인이미지로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양아치의 작품엔 이야기가 있다


미디어아트가 스토리텔링과 만났을 때

양작가님의 작품엔 언제나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작가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원래부터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공은 학부 때 조소, 대학원 때 미디어아트였는데, 전공이 인생의 목적은 아니잖아요? 뭔가를 하기 위해 저 두 가지가 저에게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장르에 대해 수직적 이해보다는 수평적 이해가 창의력에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장르에 수직적으로 심도 있는 접근을 하면, 나머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수평적으로 접근을 하면, 심도 있는 작업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굉장히 입체적인 세계를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 수평적인 범주를 담아낼 수 있는 구심점이 바로 이야기입니다. 이게 빠지면, 현실은 현실대로 못 보여주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루저, 비주류, 마이너. 그래서 더욱 양아치는 강하다

양아치 작가님이 말하는 비주류에 대해서 

 
전 마이너입니다. 메이저일 리가 있나요. [웃음] 제가 비주류인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메이저에 속한 게 하나도 없으니까. 제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심지어 문화적으로 무엇을 표현하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불만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소외받았다고 해서 기분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메이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마이너에게 어떻게 힘을 갖게 하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습니다. 그동안 현실의 10년 마이너는 대부분이 메이저로 가기 위한 마이너였습니다. 그것이 부도덕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 비리나 편법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방향이 불합리적 선택을 강요하거든요.

 마이너들이 내는 미약한 힘이 저는 안타깝습니다. 마이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도전해서 마이너가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미디어아트를 하다

조소에서 미디어아트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 일본 SF 애니, 사이버펑크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키라’는 제 정신세계를 거의 완성해 준 작품입니다. 하위계층이 히어로가 돼서 새로운 신세계를 위협하는 그런 이야기예요. 그런 세계를 창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만화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처럼 애니메이션과도 없었고, 일본에 가서 배울 수도 없었습니다. 대신에 그 세계의 오브젝트들을 만드는 전공을 하고 싶어 조소를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건 좀 움직이고 전기전자 구조도 알아야 하는데, 갑자기 이공계 쪽으로 갈 수도 없고 해서 미디어 아트 쪽으로 전공하게 됐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전공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세계와 스토리텔링이 자신의 전공과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아치의 황금


프린지에 바라다

프린지에서 미술전시 파트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프린지에 바라시는 말씀은?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통합적인 면에서 생각하면, 미술전시 파트가 사라진 것에 대해선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있는 것에서 통합을 위해 빼야 하는데 자꾸 추가되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프린지 페스티벌이 한 방향으로만 깊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프린지 페스티벌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먼저, 프린지는 시각적인 단호함이 없는 것 같아요. 시각적인 단호함을 자꾸 정보라고 생각하지, 이미지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RGB색으로 프린지를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예요. 다양하게 하고 싶다면 정말 지랄 맞게 해서 다른 행사들이 감히 접근도 할 수 없게 하든지, 아니면 굉장히 세련되고 압축적으로 단호하게 해서 하이 퀄리티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프린지가 하드코어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프로그램이 제대로 잡혀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점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공연, 퍼포먼스, 작품의 퀄리티입니다. 프린지 공연들은 평소에도 볼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강력한 힘이 부족합니다. 프린지 페스티벌이 아니면 볼 수 없다 하는 힘을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홍대와 프린지

홍대와 프린지를 향한 양작가님의 바람

 페스티벌 성격이 홍대스럽지 않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홍대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잖아요? 홍대의 각자 스스로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게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저는 굉장히 자연스럽지 못하고 혼잡스럽고 복잡한 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홍대 하면, 경쾌하고 발랄하고 액티브적인 이미지들. 그런데 이런 이미지들은 오리지널과 관련이 없죠. 이를테면 자연발생적인 이미지가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점입니다. 현대문화를 보면 서구를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게 아닌, ‘우린 이런 걸 했어’ 같은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프린지가 그에 대해서 앞장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끝맺음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마치며

 프린지의 도약을 위한 양작가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인터뷰였습니다. 감사드려요, 양작가님~

 12월에 양작가님의 미들코리아의 마지막 에피소드 3이 공개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8월 13일부터 29일까지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이 홍대에서 벌어집니다. 양작가님이 본 미들코리아의 황금을, 프린지의 황금을 다들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프린지 인디스트, 축제통신원이었습니다.

 

진행_주군

사진_혁

편집_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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