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디제잉 데뷔 했는데 지난 주엔 2건이나 디제잉 섭외가 들어왔다.


<8/19 블파 디제잉과 8/20 박쥐스윙 와인파티 퓨전 디제잉>


최반장 형이 한국을 비운 사이 링고팝에서 급추진된 블파인지라 디제이 섭외가 힘들어서였다고는 생각하지만 아무튼 블파 다닌지 1년만에 디제잉도 하게 되고 감개가 무량수전.

여러장르 섞은 퓨전 디제잉만 한두번 해봤을 뿐 단일 장르 디제잉은 처음인데다가 블파 매니아들의 평가가 두려워 솔직이 처음엔 부담이 되긴 했지만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어 OK를 했고, 부랴부랴 이틀정도 선곡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동안 1년 남짓 모아놓은 선곡에다가 최근 급관심 가지기 시작한 남부블루스(델타블루스라고 하더라) 몇 곡을 검색해서 추가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디제잉이 다 그렇겠지만 스윙판에서 블파만큼 매니아적 취향이 극명하게 갈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스윙재즈 디제잉이 대체로 '좋다/별로다' 정도로 평가된다면 블파는 이 디제이는 어떻고 저 디제이는 어떻고 하는 식의 디테일한 평이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나는 어떤 색깔을 보여줘야 할까 고민도 했지만 처음인만큼 그냥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을 섞기로 했다.

(블루스 장르 구분 설명 - 최반장형 포스팅 참조)

그 동안의 블파 경험에 따르면 블파에서는 일반적으로 정통 블루스가 주류다. (정통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업자 용어로 '시카고 블루스'나 '컨트리 블루스'정도가 맞는 표현이려나?) 업바운스 타기 쉬운 으따으따 리듬에 기타 핑거링 작렬하는 그런 분위기의 곡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많고 나머지는 호불호가 갈린다. 예를 들어 misty같은 느낌의 감미로운 재즈발라드 같은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유람선 카페 음악이라고 폄하 하는 사람들도 있고, 너무 익숙한 가요나 팝송은 무조건 싫어하는 부류도 있고 드래그 위주로 춤을 추게 되는 탱고풍 블루스는 어려워서 싫어하기도 하고 뭐 아무튼 취향들이 다양하다.

목표는 딱 하나였다. '춤추기 쉬운, 몰입하기 쉬운' 음악을 고르자!!!

스윙재즈도 그렇지만 듣기 좋은 음악과 춤추기 좋은 음악의 구분은 블루스라는 장르에서는 더 명확해지는데, 곡이 너무 난해해서 리듬 캐치하기도 어려워 춤추다가 맥이 탁탁 끊기는 디제이들의 '실험정신'을 이번에 난 최대한 자제하기로 하고 '몰입하기 좋은' 곡들을 골랐다.
(물론 그래도 뭔가 한 방에 대한 부담을 느낀 나머지 Boney.M의 Sunny를 도중에 틀었는데 이 날의 유일한 일탈이지 않았을까 싶다 ㅎ)

신청곡을 포함해 대부분의 선곡은 보통 블파 분위기의 곡들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이 곡들도 블루스 추면 좋겠다 싶어서 찜해 두었던 '의외의' 곡들도 대거 포함되었다. 미시시피 톰아저씨의 기구한 삶이 눈앞에 그려지는 '델타블루스'라거나 (보통 델타블루스는 너무 쳐지고 난해하다고 여겨지지만 잘 찾아보면 몰입하기 좋은 넘버들도 꽤 있다) 잘 알려진 넘버들 중에서 비틀즈의 'Oh Darling'이라거나 엘비스의 'crying in the chaple'이라거나 하는 곡들이 그런 것들이다. 사실 이런 올디스 중에도 블루스에 어울리는 곡들이 꽤 많은데 잘만 찾으면 블파에서 새로운 분위기의 선곡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반응은 그닥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블루스 매니아 리얼님도 와서 음악 좋다고 하기에 용기가 좀 났다.
프로그램 조작이 서툴러서 마지막에 한 곡 건너 같은 곡이 두 번 나갔는데 다행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ㅎㅎ





다음날은 논현바에서 박쥐스윙 와인파티 디제잉이었는데 운영진 요청도 있었고 놀자 파티였던만큼 퓨전으로 준비했다. 파티 도중 키노형이랑도 잠깐 얘기를 나눴지만 하나같이 똑같은 파티 형식에 좀 변화를 줘 보고 싶어 큰 맘 먹고 마이크를 좀 잡았다. 의상도 좀 신경썼고 처음에 행사 진행처럼 인사도 하고 이벤트송(현장에 있었던 사람만 아는 ㅎㅎ)도 준비해 나름 이벤트도 살짝 하고... 그런 것들이 자칫 어색해질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재미있었다는 반응들이었다.

동호회 파티였던 만큼 댄서들 수준을 짐작하기 힘들어서 생각만큼 음악 틀기가 수월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운영진인 신지가 와서 린디곡 비중을 좀 높여달라 부탁하더라. 이후엔 대부분 스윙재즈로 갔던 듯 하고 막판에만 클럽분위기로 두 곡 빵 터뜨렸다.

다음번에도 해 달라는데 상황이 어찌될지... 난 춤춰야 되는데 ㅎㅎ





최근 디제잉을 몇 번 하면서 느끼는 건 내가 다행히도 춤추기 좋은 곡을 골라내는 거 같긴 하다는 거, 하지만 문제는 소스라는 거. 이미 몇 번의 디제잉으로 밑천이 다 떨어진 느낌이다. 계속 새로운 곡을 찾아서 리스트를 업데이트 하고 내 색깔을 만들고 댄서들의 몸짓에 귀를 기울이고... 디제잉을 지속적으로 하는 건 정말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겠다.

p.s.
맥북에어에 djay 프로그램은 디제잉 편의성에서나 간지에서나 최고인 듯.
구매할 땐 망설였는데 지금은 대만족 ^^
선곡리스트도 첨부하려고 했는데 pdf로 저장되어 있어 귀찮아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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