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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Joogoon님의 2009년 9월 26일에서 2010년 3월 30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일단 노래부터 감상하고 시작하겠습니다. 혹시 들어보셨으려나요?



'웨스트라이프'가 부른 'Mack the Knife'란 곡인데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도 삽입되었었고 몇몇 광고에도 나왔던 꽤 알려진 곡이니 귀에 익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꼭 웨스트라이프의 노래가 아니어도 비슷비슷한 마디가 끝까지 계속 반복되는 이 곡의 멜로디 정도는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겁니다. 웨스트라이프를 비롯해서 이 곡은 참 많은 아티스트들이 불렀는데요 다들 흥겨운 재즈풍으로 불러서 그런지 우리에겐 그냥 재즈넘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죠. '로비윌리엄스'의 버전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로비윌리엄스의 로얄알버트홀 라이브 버전이었는데요, 절로 어깨가 들썩들썩하고 왠지 손가락이라도 딱딱 튕겨줘야 할 것 같은 그런 전형적인 재즈곡이 흥겨움이 느껴집니다. 로비윌리엄스가 웨스트라이프보다 좀 더 세련된 느낌이 있네요. Mack the knife는 실제로 재즈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꽤 유명한 재즈레파토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흥겨운 곡 분위기와는 달리 가사는 사실 좀 섬뜩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Mack the Knife는 여러가지 버전의 가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 웨스트라이프의 가사를 보겠습니다.

Mack the knife 가사 보기


재즈라는 것이 원래 흑인들의 한을 담은 음악이라 가사 내용이 그다지 밝지 않은 경우는 많지만 이 'Mack the knife'는 아예 살인마가 주인공이군요. 가사 내용을 요약하면 칼을 잘 쓰는 숙련된 살인자 맥Macheath이 돌아왔으니 다들 조심하라는 겁니다. 자, 범상치 않은 가사의 재즈곡 'Mack the knife'... 그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920년대 블럭버스터 '서푼짜리 오페라'

때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장소는 독일이구요.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두 사람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바로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Kurt Weill)'이 그들이죠. 대학교 교양과목으로 연극의 이해 정도 들으셨던 분들이라면 이름정도는 낯설지 않을 브레히트는 1차대전 이후 피폐해진 독일 사회를 겪으며 예술의 현실 참여를 주장했던 유명한 극작가입니다. 쿠르트 바일 또한 오페라의 개혁을 주장하던 작곡가인데 이 진보적인 아티스트 둘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형태의 오페라를 만들게 되는데 이 작품이 바로 1928년 초연한 '서푼짜리 오페라'입니다. 이 작품은 크게 성공해 장기공연을 하게 되죠.

쿠르트 바일 형님

브레히트 형님의 몇 안되는 간지샷


1960년 '서푼짜리 오페라' 베를린 공연 포스터


사실 '서푼짜리 오페라'는 오페라란 타이틀을 달고 있고 18세기 존게이의 '거지의 오페라 A begger's opera'를 원전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이탈리아 사실주의 오페라에 대한 패러디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음악극인데요, 지금 얘기하고 있는 'Mack the knife'는 바로 이 '서푼짜리 오페라'의 삽입곡이었습니다.


브레히트와 서사극

여기서 잠깐 살펴봐야 할 게 브레히트 음악극의 개념입니다. 브레히트는 '서사극' 개념을 내세워 연극의 사회적인 역할을 주장했던 사람인데요, 우리가 무대 위 극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적인 동화를 경계하고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극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죠. 무대 위 상황은 어디까지나 '연극적인 것'일 뿐이지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최면과 환상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가 드라마를 보면서 극중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내가 그 인물인것마냥 똑같이 느끼면서 울고웃고 하지만 브레히트는 그걸 현실과 환상을 구분못한다고 여겼던 겁니다. 또 지금은 그렇게 연기하는 것이 좋은 연기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브레히트는 배우의 연기 또한 객관적으로 상황자체만을 전달해 관객들이 깨어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얘기했던 카타르시스적인 극의 개념과 스타니슬라브스키가 정립해 놓은 '메소드적 내면연기'의 개념이 지금은 아주 당연한 보편적인 예술론이 되었지만 그와 반대되는 이론을 주장했던 사람이 바로 브레히트였습니다.

아무튼 브레히트는 연극무대가 관객과 어느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등장하는 브레히트 서사극의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낯설게하기(소외효과)'란 것입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 소외효과의 장치로 나레이터가 극의 진행을 설명해 준다던지 무대전환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던지 하는 여러가지 기법들이 등장했는데 브레히트는 음악 또한 이런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기존 사실주의 오페라나 뮤지컬에서 음악이 관객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감정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쓰였다면 브레히트는 연극적 사건에 관객들이 몰입하는 것을 막고 객관적인 해설의 장치로 음악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이러한 브레히트의 음악론이 좀 더 설득력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기존 뮤지컬의 문법은 충분히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이 있거든요.) 작곡가였던 '쿠르트 바일'은 이런 개혁적인 관점에서 브레히트와 뜻을 같이해 손을 잡고 여러 극들을 만들어나가게 되었던 겁니다.

브레히트와 바일의 합작품 '서푼짜리 오페라'는 서곡과 3막 8장으로 된 음악극인데 대충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런던의 뒷골목, 도둑들의 보스 맥히스Macheath(일명 맥키 혹은 맥)는 거지를 규합해 기업화한 암흑가 거물 피첨의 딸 폴리를 유혹해 피첨의 적이 되지만 경무총감을 친구로 두어 좀처럼 체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체포되어 교수대로 보내지지만 처형 직전에 여왕의 특사로 석방되어 해피엔드를 맞이하게 됩니다. 브레히트의 작품들이 그렇듯 뒷골목의 암울함과 하층서민들의 생활 묘사가 극의 전체에 흐릅니다. 'Mack the knife'는 막이 오르면서 도둑왕 맥히스를 설명하는 노래로 쓰입니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1930년대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 중 OST로 들어보겠습니다. 독일영화다 보니 독어버전이구요 이번 포스팅에서 선보일 여러버전 중 가장 원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브레히트 자신도 이 노래를 부른적이 있습니다. 썩 좋은 가수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들어볼까요?



그리고 노래를 들어보면 여러 뒷골목 여자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가운데 '로테 레냐 Lotte Lenya'란 이름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작곡자 쿠르트 바일의 부인 이름입니다. 실제로 배우이기도 했던 로테는 브레히트의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었는데요 사실 'Mack the knife'는 바일이 아내 로테를 위해 만든 곡이었다는 얘기도 있죠. 로테레냐의 곡으로 들어보겠습니다.




재즈의 옷으로 갈아입은 'Mack the knife'
 
이렇게 무겁고 암울한 극중 삽입곡이었던 'Mack the knife'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재즈 스윙곡으로 알려지게 된 첫번째 연결고리는 바로 루이 암스트롱이었습니다. 작곡가 쿠르트 바일은 이후 1933년 유대인이란 이유로 나치에 의해 추방되어 런던, 파리를 거쳐 미국에 정착해 작품활동을 계속하게 되는데요. 그 영향때문인지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루이암스트롱이 1956년 발표한 버전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1956년 루이암스트롱 라이브 공연을 보실까요?



서푼짜리 오페라의 얘기만 모르고 듣는다면 그저 뉴올리언즈 흑인들의 한이 서린 흥겨운 재즈넘버로만 들리는군요. 루이암스트롱이 Mack the knife를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아티스트라면 '바비 대린Bobby Darin'은 이 곡의 성격을 확실하게 규정짓고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가수였습니다. 앞서 보셨던 웨스트라이프와 로비윌리엄스의 손가락 튕기며 간간히 농담도 해가며 껄렁껄렁 부르는 버전의 원조는 모두 이 바비 대린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바비대린도 50년대에 젊은 나이에 발표를 했는데요, 이 영상은 좀 나이가 들었군요. 엉덩이 살짝 빼고 흔드는 게 참 매력적(?)입니다 그려~



케빈 스페이시가 영화 'Beyond the Sea'에서 이 바비 대린 역을 한 적이 있는데요, 보너스로 케빈 스페이시 버전도 들어볼까요? 바비 대린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케빈... 노래를 썩 잘하는군요~

영화 'Beyond the Sea' 중 바비 대린으로 분한 케빈 스페이시 버전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플레이어 소스를 제공하지 않아 바로 링크합니다.)

이 노래는 참 여러가지 분위기로 변주가 가능한 만큼 여러 가수들이 여러 형태로 불렀는데요, 스팅도 불렀었군요. 198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Mack the knife'를 독어로 부르는 영상이 있어 소개합니다. (다른 사진들을 보니 아마 독일에서 '서푼짜리 오페라' 공연을 직접 한 것 같기도 한데 확실친 않습니다.)



재즈의 거장 엘라 피츠제랄드의 버전도 들어보시죠. 엘라누님 이건 좀 발랄하게 부르셨군요~



그밖에도 프랭크 시내트라, 마이클 부블 등 참 많은 가수들이 불렀는데요 이 포스팅에서 소개는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1920년대 1차대전 이후 피폐해진 독일사회에서 사회개혁의 수단으로 등장한 '서사극'의 개념과 관객을 극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던 음악. 그리고 그 대표격인 서푼짜리 오페라의 'Mack the knife'. 잔인한 가사내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반면에 쿠르트 바일의 재즈풍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유머도 가지고 있는 이 곡은 태생적으로 화려하고 밝기보다는 밑바닥 인생의 모습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데요. 자신들의 연극이 세상을 바꾸고 사회를 개혁하길 원했던 브레히트와 바일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칼잡이 매키의 이야기가 이렇게 사람들이 손가락 튕기며 어깨 들썩이며 흥겹게 부르는 재즈 넘버가 될 거라고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요?

연극과 예술의 사회적인 역할이라거나 음악의 극중 기능이라거나 재즈의 역사 등등 참 많은 얘기거리가 있는 노래 'Mack the knife'였습니다.

(덧붙임) Moritat란?

Mack the knife를 검색하다보니 moritat란 용어가 많이 나오더군요. Mack the knife의 독일어 원제가 'Die Moritat von Mackie Messer'인 식입니다. moritat는 독일현대문학의 한 장르인데요, 떠돌이 가수들이 살인이나 공포사건을 소재로 불렀던 발라드 풍의 노래를 뜻한다고 합니다. 오싹한 내용의 구전가요정도 되겠네요. Mack the knife가 그 대표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Die Moritat von Mackie Messer'는 '칼잡이(messer) 맥키(Mackie)의 오싹구전가요(moritat)'정도로 번역되겠네요~


(포스팅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나 동영상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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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ingboy.net 스윙보이 2009.07.02 16:53 신고

    로테 레냐의 목소리는 좀 분양해 갈게요..^^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7.02 17:33 신고

      네~ 동영상은 어차피 제꺼가 아니니까요~ ㅎ

  2. 스윙걸 2009.07.06 01:03 신고

    가사 찾다가 글을 읽게 되었어요^^ 알찬 정보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7.06 02:11 신고

      자주 놀러 오세요~ 근데 스윙보이와 스윙걸은 혹시 아는사이? ㅎ

  3. Favicon of http://biti.tistory.com BT_비티 2009.07.08 16:21 신고

    오호 이런 내용이었군요. 멜로디는 참 달콤한데 말이죠~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7.09 01:20 신고

      브레히트와 바일은 관객들이 극 속에 몰입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멜로디도 최대한 담담하게 갔던 거 같아요~ 어쩌면 그래서 여러가지 분위기로 변주될 수 있는 거 같아요~

  4. hehe 2009.08.10 19:02 신고

    이런내용이엇다니 놀랍네요 ㅋㅋ 알아가네요~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8.12 03:14 신고

      서양노래중에 구전 이런거에서 나온 노래들이 그런게 좀 많죠~

  5. sandy 2009.10.08 11:09 신고

    자세한 내용이 있네요 ㅎㅎ 잘보고 갑니다^^

  6. 블록버스터 2010.05.06 04:18 신고

    와우~~너무나 멋진 블로그네요~오늘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어떤내용인지 궁금하여 들어왔는데
    너무나 많은 정보를 얻고 갑니다.~귀한 동영상과 음악파일까지 올려주셔서 더욱더 이노래에 대한 역사(?)를 보는듯하여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본것같습니다.한마디로 최고!!r거기에 바비 대린이란 멋진 배우와 영화도 알게됐네요~감사합니다. 지적충만감에 기분이 좋아집니다~호호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10.05.07 02:48 신고

      감사합니다~ 포스팅 좀 많이 해야되는데 지금 황폐화되어서 ㅎㅎ

  7. 팅글이 2010.09.12 11:01 신고

    오늘 퀴즈프로에 나온 영웅전 문제..."서푼짜리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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