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짬뽕파티의 시작

때는 6월초로 거슬러 올라 간다. 모 스윙바 출빠이후 뒤풀이에 모인 몇몇이 닭다리를 뜯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된다. 당시 멤버가 레이, 히페리온, 니오, 까쨔짱, 똥나팔, 꺄르멘, 주군

A : 아 오늘 너무 재미없었어. 웨스트 음악도 하나도 안 나오고.
B : 재즈곡들도 좀 별로였어.
C : 재즈 음악도 신나고 춤추기 좋은 것들이 안 나오고 밋밋한 것들만 나오니까 졸리더라.
D : 그냥 우리끼리 모여서 음악 틀고 놀까?
A : 그럴까? 음악은 린디합:발보아:웨스트:블루스:탱고 = 3;2:2:2:1로 트는 거야!! 재미있겠다.
B : 비는 바들 많으니까 날짜 정해서 사람 좀 모으면 될 거 같은데?
C : 여기 마침 레이랑 니오형이랑 있네. 발 넓은 두 사설 스윙카페 짱들이 있으니 5,60명은 모이지 않겠어?
D : 그래!! 스윙통이랑 짬뽕쏘셜땐쓰클럽 연합 파티 하면 되겠네!!
모두들 : 그래그래 재미있겠다!!!
E : 그 닭다리 안 먹을 거면 나 먹어도 돼?

뒤풀이 멤버 대부분이 린디합은 물론 발보아나 웨스트, 블루스 등 여러 장르의 춤들을 즐기는 댄서들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나온 푸념섞인 대화들이었는데 이는 최근 스윙바 해피데이들의 부작용과 한계에 대한 성토이기도 했으며 동호회의 틀을 벗어나 그늘 속 사설 카페로 모여들 수 밖에 없었던 비주류 아웃사이더 댄서들의 반란이기도 했다. 두둥!!

이 얘기는 뒤에서 다시...

아무튼 일이 되려면 모든 게 착착 맞아 떨어지는 법. 얼마 안 가 파티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고 니오형이 두 카페 이름을 적절히 합쳐 만든 '통큰짬뽕파티'가 파티 타이틀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카페멤버들 각자가 나서서 파티에서 맡을 역할들이 하나씩 정해지고 외부홍보가 시작되었는데 애초 '우리들'만의 파티가 되면 어쩌나 했던 우려와 달리 140여명의 많은 사람들이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일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쟌느님이 디자인한 파티 홍보 포스터




크로스오버 잭앤질 이모저모

크로스오버 잭앤질은 개인적으로 늘 꿈꿔오던 이벤트였다. 웨스트와 블루스 등 다른 장르의 춤들을 접하면서
가지게 된 '막춤' 혹은 '크로스오버'에 대한 동경은 린디합+스윙재즈라는 틀에서 벗어나 춤을 좀 더 '즐겨보자'라는 취지와 함께 현재 상당히 많이 분리되어 있는 린디합/웨스트 씬의 댄서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고 싶은 개인적 욕심으로 이어졌다.

크로스오버 잭앤질은 CSC나 론스타챔피언쉽 같은 외국 스윙행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이벤트인데 우리나라에선 웨스트씬에서 한두차례 있었을 뿐 린디합이 주류인 스윙씬에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보통은 린디합+웨스트코스트스윙의 형식이 일반적인데 파티에 참가한 댄서들이 전부 웨스트 댄서는 아니었기에 좀 다른 컨셉을 생각해 보았다.

이른바 "린디합 + 막춤"

이 컨셉은 론스타 챔피언쉽 인비테이셔널 잭앤질에서 따온 건데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이런 거다.


< 론스타 챔피언쉽 2011 - 인비테이셔널 잭앤질 >

보시다시피 낯익은 린디합 챔피언들의 막춤퍼레이드는 화려한 고난이도의 무브를 선보이던 그들도 놀 땐 이렇게 노는 구나 하는 신선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첫 곡은 린디합, 두번째 곡은 두가지 장르 중 선택하게 하는 방식도 론스타에서 따온 건데 여기서 작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사실 음악들도 저 잭앤질대로 'summer night' 'I'll survive' 같은 음악들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저 음악들은 그들에게나 추억의 노래일 뿐, 우리가 저 음악들에 얼마나 흥을 느끼며 망가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7080디스코소울'였는데 너무 올드한 사운드도 댄서들이 낯설어 하지 않을까 싶어 선택장르를 '8090추억의댄스 or 최신팝가요' 두 가지 장르로 결정하게 된다. 검색해 보니 소방차, 박남정, 박진영, 김건모, DJdoc 등 춤추기 좋은 반가운 댄스음악들이 굉장히 많았고 선곡과정에서도 옛날 생각들이 나면서 너무나 즐거웠다.

지정장르인 린디합 음악은 1년여를 수집해 왔기 때문에 선곡에 큰 문제가 없었고 뮤지컬리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음악들을 준비했다.

실은 애초에 고민했던 게 내가 잭앤질 참가자로 출전을 하느냐 스탭으로 디제잉을 하느냐 진행을 보느냐였는데 머리 속에 있던 크로스오버 잭앤질의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진행과 디제잉만 보게 된다.

잭앤질 디제잉 진행 플랜


파티 전부터 잘 놀만한 댄서들 몇 명을 사전섭외해 놓았고 파티 현장에서 좀 더 섭외해 총 8커플이 참가하게 되었는데 랜덤으로 정한 파트너가 정말 기막힌 조합이 나왔다.

리딩과 팔뤄잉이 모두 가능한 레이+얌전의 만남, 웨스트에 버닝중인 머슴+꺄르멘의 만남, 교태스윙과 무아지경댄스의 비달+전면의 만남.


그럼 잭앤질 영상들을 보도록 하자.


레이+얌전


야오+미소


뭉치+인간


머슴+꺄르멘


짐승+까쨔짱


안단테+멜라니


처음처럼+애쉬


비달+전면

다들 멋진 무대였는데 몇몇 인상적인 장면을 뽑자면 리딩팔뤄잉 체인지를 보여줬던 레이+얌전 커플, 웨스티코리아의 리더이신 머슴님의 처음 보는 린디합 무대와 멋진 에어리얼, 오랜 관록에서 묻어나는 여유와 쇼맨쉽의 뭉치+인간 커플, 최신 팝에 린디합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녹여낸 안단테+멜라니 커플. 그리고 단연 압권은 1위를 거머쥔 비달+전면 커플이었다. 애초에 뭔가 보여주리라 예상했던 이 둘이 만나니 그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거기에 선곡까지 잘 맞아떨어져 마지막 무대를 열광의 도가니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사실 심사는 크게 생각 안하고 그냥 관중 박수로 정하려고 했었는데 최반장, 이브와 파티 직전 저녁을 같이 먹으며 급 심사위원으로 섭외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한국 발보아의 대모 진님까지 섭외해 3인의 관중평가단이 구성되는데 이 방식도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다.

새로 장만한 아이패드로 최첨단 집계방식을 준비해 준 이브양



그런데 역시나 처음 진행해 보는 만큼 몇 가지 시행착오들이 발생했다. 추후에 크로스오버 잭앤질을 진행하실 분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1.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 론스타 잭앤질을 보면 각 음악당 1분30초~2분 정도씩 춤을 추는데 좀 길지 않을까 싶어 1분으로 줄였지만 중간중간에 멘트도 치면서 8커플을 진행하자니 예상보다 상당히 길어졌다. 후에 동영상을 보니 댄서들이 기다리다가 바닥에 널부러져 앉아 있는 모습이 미안한 것이 의자를 준비할 생각을 못한 게 아쉽다. 특히 계속 지켜봤던 관중들은 살짝 지루해지지 않았을지 궁금하다. 어차피 린디합보단 두 번째가 막춤파트가 메인이었던 만큼 린디합을 4,50초정도로 줄이고 팝,가요를 1분여로 진행하면 좀 더 알찬 잭앤질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2. 선택장르는 필요한가?
   ; 선택장르를 올디스와 최신 팝 중에 선택하게 한 건 댄서들에게 선택권을 좀 더 주고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선택장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더 결렸고 생각보다 아무거나 틀어달라는 댄서들이 많았다. 다음번엔 그저 '린디합+팝,가요(혹은 랜덤)'의 두가지 장르만 정해놓고 7080이든 최신가요든 디제이 마음대로 음악을 트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3. 심사와 발표의 문제
   ; 많이 생각하지 못하고 급하게 진행한 만큼 채점지, 의자 준비 등 심사위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시상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애초에 상품은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충분했기 때문에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상품을 수여하기 위해 댄서들을 불러내려니 순위발표를 하게 되었고 결국 시간도 오래 걸리면서 하위권 팀에 대한 비매너가 된 게 아닌가 싶다. 1,2,3위 정도만 발표를 하는게 어땠을까 싶다.

4. 음악장르의 다양성은 어디까지 허용?
   ; 어차피 막춤으로 갈 거 장르를 댄스음악으로만 한정할 것이냐 아니면 좀 더 그로테스크하게 갈 것이냐 고민이었다. 예전에 야유회 같은 데서는 이박사 뽕짝이나 애국가, 클럽뮤직 같은 것도 틀고 그랬는데 너무 망가지면 자칫 유치하고 저렴한 느낌이 날 것 같아서 자제했다. 파티 분위기에 따라서 다른 장르의 음악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5. 기타사항
   ; 디제잉과 진행을 같이 하면 안된다. 진행하랴 데스크에서 음악준비하고 틀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파티 디제잉

사실 니오형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디제이들은 (주군,라봉,윤걸) 큰 파티용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초보 디제이들이었는데 파티 기획단계에서 먼저 손을 든 덕에 운 좋게 DJ를 볼 수 있었고 총 디제잉 어레인지까지 맡게 되었다. 오거나이저 레이와 파티 기획 단계에서 외부 유명 DJ를 영입하는 문제도 거론되었으나 애초 지인들끼리 모여서 놀자는 취지의 파티였던 만큼 그냥 우리 디제이들을 믿고 맡기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 선곡의 퀄리티는 그냥 서로를 믿어주기로 했고 한 가지 우려가 되었던 부분은 파티 특성상 다양한 장르 음악이 나와야 한다는 거였는데 각자 양보도 하고 신청곡도 받는 등 각자 곡 수집 노력들도 많이 하면서 결국 재즈, 팝, 가요, 블루스, 소울, 7080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섞여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낸 디제잉이 되었다. 만약 퀄리티를 고려해 외부 DJ를 영입했다면 그렇게 다양한 음악들을 파티에서 만나기 어려웠을 거다.

개인적으론 크로스오버잭앤질의 연장선상에서 8090컨셉을 유지했는데 잭앤질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 애초에 준비한 선곡에서 발보아,락큰롤 등을 많이 틀진 못했지만 엔딩 3콤보로 준비한 '흔들어주세요(철싸)/해변으로가요(DJdoc)/잘못된만남(김건모)'의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번 파티에서 새롭게 선보인 것 중 하나가 다음 곡의 장르를 미리 알려주는 '다음곡 알리미'였는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나오는 만큼 필요하긴 했으나 효과는 반반이었던 것 같다.

- 미디엄스윙
- 패스트스윙/록큰롤
- 슬로우/블루스
- 오직발보아
- 팝/가요
- 소울/7080
- ??(애매한거)

이렇게 7개 장르로 구분해서 새음님이 손수 제작한 알리미 판과 얌전님이 준비해온 파워포인트를 통해 다음곡의 장르를 알려주는 시스템이었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분들도 있었지만 디제이들이 일일이 신경쓰기 힘들다는 점과 데스크에서 먼 쪽에서는 잘 안 보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좋은 시도였는데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좀 더 생각해 볼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남는 생각들

처음에 얘기했던대로 이번 파티는 그저 몇몇 댄서들이 우리끼리 놀아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지만 그런 마음들이 모아지게 된 배경은 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파티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다양성'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스윙판을 움직이는 가장 핵심 문화인 해피데이. 5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춤을 출 수 있는 매력적인 제도인 건 분명하지만 해피데이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결국 높은 인구밀도에 쾌적하지 않은 환경에서 춤을 출 수 밖에 없게 되었고 다수의 댄서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기에 스윙판의 주류인 린디합에 어울리는 음악을 주로 틀 수 밖에 없을테고 그렇게 스윙재즈 일색인 환경에서 다양한 장르에 춤을 즐기기 원하는 댄서들은 갈증을 느껴왔던 터였다.

그나마 재즈라는 음악을 공유하는 블루스나 발보아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예를 들어 한국의 웨스트코스트스윙 댄서들은 (그들은 린디합도 즐기던 분들이었는데) 자신들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자 스윙씬과 결별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은 오히려 살사나 라틴씬에 더 가까워져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한국의 웨스트와 린디합은 가정형편으로 동생을 외국에 입양보낸 형동생마냥 가까우면서도 낯설고 어색한 사이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스윙판에는 린디합 댄서들만이 남게 되고 스윙재즈+린디합만이 스윙의 본질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게 된 게 아닐까?

해피데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고 싶진 않다. 나 역시 뭐 그냥 지금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번 파티를 통해 다양한 장르에 춤을 춰 본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꼈고 입소문이 나서 해피데이나 스윙바들에서 재즈말고 다른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그 다양성과 즐거움이 전파될 수 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

(가요나 팝이 나오면 어색해 하고 낯설어 하는 해피데이 분위기에 정작 가요,팝 라인댄스가 나오면 다 나와서 잘들 추시는 거 또한 생각해 볼 문제. 난 오히려 가요,팝 라인이 어색... '_')

아무튼 이러저런 이유로 나를 포함 파티 한 번 추진해 본 적 없는 많은 사람들이 나름 성공적으로 파티를 치뤄낸 것 같다. 오거나이저였던 레이, 니오형을 포함 준비하신 많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

또 다른 짬뽕파티를 기대하며...

잘 놀아놓고 쓸데 없이 심각하게 마무리 하는 주군이었습니다.


p.s. 이 자리를 빌어 파티를 더욱 빛내 준 무한도전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ㅎㅎ
       파티 한 번 하자고 디제잉 프로그램 구매한 건 비밀
       결국 1시까지 예정되어 있던 파티는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밤샘파티로 연장되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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