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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 린디합의 대표격인 할렘핫샷이 우리나라에 왔다.
한 곡씩 짧은 공연들은 이러저런 행사에서 많이 봐 왔지만 탭, 벌레스크, 블랙바텀, 찰스턴, 린디합 등등 다양한 레파토리를 선 보이며 1시간 분량의 완성된 형태의 스윙공연을 보여주는 건 아마도 할렘핫샷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틀 공연 중 첫 공연인데다가 멤버들 입국한 지도 얼마 안 되었다는데 리허설 수준의 공연이 되지 않을까 우려도 많았지만 역시 프로라고 해야 할까?
사실 공연 외적인 잡음도 많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불식시킬 만한 퀄리티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공연은 스토리가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스윙씬의 역사를 훑어가듯이 그 옛날 미국의 댄싱 퍼포먼스들을 옴니버스처럼 엮어서 보여준다. 탭댄스라던가 찰스턴, 벌레스크, 케익워크, 헬자포핀 스타일의 린디합, 약간의 코믹한 퍼포먼스 등을 1시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잘 짜맞춰서 보여준다.

춤도 춤이지만 할렘핫샷은 공연 내내 영상을 통해서 자신들의 스타일을 분명히 하는데 이를테면 옛날 영상들을 그대로 틀어놓고 똑같은 안무를 선보인다거나 채플린식 초기 무성영화를 퍼포먼스처럼 관람하게 한다거나 2,30년대 미국사회의 모습과 40년대 스웨덴 스윙씬의 초기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방식이다. 실제로 20년대 미국사회의 대표적 이미지인 밀주, 갱스터 등의 모습 등이 다큐멘터리처럼 내레이션과 함께 보여지기도 한다. (친절하게 자막도 삽입되어 있다. 스웨덴어로... +_+)
영상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아마도 소수의 인원으로 옷 갈아입으랴 숨 돌리랴 다음 레파토리 준비하랴 브릿지용으로 쓰인 게 큰 이유인 것 같은데 그렇게 이질적이지 않고 꽤 효과적인 구성이었다.

뭐랄까 닌재머스를 비롯한 다른 린디합 챔피언들과는 다른 할렘핫샷만의 이 춤사위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올드스타일의 느낌일까 공연을 전문적으로 하는 팀이라 외형적인 모습에 공을 들여서일까 유럽인들의 길쭉길쭉한 체형때문이라고 해야할까...(리더의 경우임 팔뤄는 다 아담하더만 ㅋ) 할렘핫샷만이 가지고 있는 춤의 느낌이 있는데 올드스타일의 특징인 긴 스트레칭과 텐션을 사용하기 때문인지 동작이 크고 화려하면서도 절대 격하지 않으며(맥스같은 스타일을 생각해보자) 부드럽고 여유롭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런 특징들은 에어리얼 같은 경우에 확연하게 나타나는데 플립이나 백점프?(용어를 모르겠다 팔뤄 뒤로 넘기는거) 같은 것들 정확한 동작이면서도 얼마나 부드러운지 에어리얼이 엄청나게 쉽게 느껴질 정도다. 아마도 그런 느낌을 표현하려면 탄력과 유연성이 엄청나게 좋아야 할 것 같다.
그 느낌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들의 워크샵을 함께 하지 못하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공연을 보면서 우리가 추는 춤이 어디서 왔는지 다시금 깨달을 수도 있었다. 2,30년대 미국에서 재즈와 함께 발전한 춤, 스윙. 그저 그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한국 린디하퍼들에게 할렘핫샷의 공연은 그 춤 안에 녹아있는 정서를 알려주었다. 춤은 플로어 위에서의 동작 이전에 그 춤이 만들어진 시대와 지역의 문화며 정서를 담고 있다. 우리가 매일같이 출빠해서 춤을 추면서 잊고 있던(혹은 알 필요 없던) 것들을 할렘핫샷은 표정과 몸짓, 유머, 의상, 음악 등등을 통해 느끼게 해준다.

재즈, 재즈싱어, 흑백갈등, 갱스터, 밀주, 쇼비즈니스, 네온사인, 지팡이와 중절모, 2차대전, 전쟁영웅, 세일러복, 가로줄무니의 죄수복, 배바지, 멜빵, 채플린 등등 우리가 춤추면서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하거나 느낄 필요는 없겠지만 린디합이나 스윙댄스는 그런 배경 속에서 탄생한 아이템이었다. 그런 정서들은 죄수들의 탭댄스처럼 그다지 이질감 없이 재미나고 멋진 볼거리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지팡이 퍼포먼스(케익워크라고 하더라)처럼 약간은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헐벗은 팔뤄의 벌레스크처럼 약간은 민망하거나 이해하기 힘들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 선보인 일명 문어발 벌레스크(all rights reserved by Harlem Hot Shots)


<아는척 키워드>
벌레스크burlesque는 보통 girlie show라고도 하는데 밤무대에서 여자 댄서들이 섹시하게 추는 류의 춤들을 통틀어 일컫는다고 생각하면 쉬울 듯. (대표적으로 부채춤 feather fan dance가 있음)

뭐 좀 길게 아는척을 했는데 한 마디로 말해 너무나 오리지널을 추구하다 보니 살짝 우리 정서에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는 거. 그리고 이런 정서의 이질감은 우리나라 스윙의 대중화나 공연화를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요소라는 거다. 솔직히 공연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야 그래도 스윙추는 사람들이니까 박수쳐 주면서 보는 거지 순수 민간인(비스윙댄서)들이 이 공연을 봤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 지 궁금하다. 물론 뮤지컬이라든가 무용이라든가 공연을 좀 많이 본 베테랑?들에게는 확실히 성에 안 찼을 게 분명하다.

스윙 공연은 역시 즐기는 춤 쪽의 비중이 좀 더 큰 듯 하다. 무대와 멀찍이 앉아 관람하기 보다는 그야말로 같은 플로어에서 코앞 가까이에서 댄서들의 호흡과 땀방울을 느끼면서 즐겨야 더 즐거운 것 같다. 이틀간의 공연스케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할렘핫샷의 공연을 100% 느끼기에 구로구민회관의 4,500석 규모는 너무 크지 않았나 싶다. 좀 더 소극장의 규모라면 좀 더 스펙타클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할렘핫샷의 공연을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에 올 기약도 없고 내가 외국에 나갈 계획도 없다보니... 운이 좋아서 내가 언젠가 허랭에 가게 되면 그 때나 만납시다들...

공연 유치하고 진행한 주최측 여러분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보너스 할렘핫샷 영상 몇 개 (이번 공연의 안무와는 다르지만 대략 이런 느낌들)


할렘핫샷 가장 최근 영상


찰스턴


탭댄스


cakewalk

벌레스크(구하는 중)

posted by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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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망토 2011.02.11 08:29 신고

    전 오늘 이거 보러 가는데-
    이 글 덕분에 예습 잘 했어요^^
    친절한 용어설명까지~ 완벽해요!

    근데... 핸드폰으로 보고 있어서 그런지 추천 버튼이 어디있는건지 도통...;;;;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11.02.11 12:13 신고

      원래는 모바일에서도 보이는데 다음뷰가 가끔 먹통이 되네요 ㅎ

이 글은 주군님의 2010년 4월 3일에서 2010년 6월 30일까지의 미투데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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