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명 : 렌트 오리지날 내한공연
> 공연날짜 : 2009.9.8
> 공연장소 : KBS 홀
> 캐스팅(메인캐릭터)
   로저- Adam Pascal (초연멤버)                         마크- Anthony Rapp (초연멤버)
   콜린스- Michael McElroy (2008막공멤버)           베니 - Jacques C. Smith
   조앤 - Haneeafah wood                                   앤젤 - Justin Johnston (2008막공멤버)
   미미 - Lexi Lawson                                        모린 - Nicolette Hart
> 캐스팅(조연캐릭터)
   Tracy Mcdowell (2008막공멤버)     John Watson                      Gwen Stewart (초연,2008막공멤버)
   Adam Halpin                               Telly Leung (2008막공멤버)  Andy Senor
   Yuka Takara
 
내 기억 속 렌트

무대에서 렌트를 처음 접했던 건 아마 2000년 세종문화회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헤어'의 뒤를 잇는 락뮤지컬이라며 시끌벅적하게 소문이 났던 렌트의 오프닝 넘버를 맛배기로 보여주었는데 그 에너지에 넋이 나갔더랬습니다. 이후 2001년 오페라하우스에서의 대망의 렌트 한국 초연이 있었습니다. 남경주로저와 막 데뷔한 이건명마크와 함께 최정원미미 전수경조앤 황현정모린 등등 뮤지컬 1세대들이 만들어 낸 뉴욕 보헤미안의 모습이 어느덧 8년전이군요.

2001 렌트 한국 초연 남경주로저와 이건명마크


이후 서로의 역할을 바꿔 남경주씨가 마크를, 이건명씨가 로저를 맡았던 2002렌트 세대교체 후 연강홀에서의 오픈런 공연까지 한 서너번 봤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어색했던 모린의 엉덩이도 나중엔 익숙해졌고, 소심하게 따라했던 모린의 '음메~'도 나중엔 맨 앞자리에서 당당하게 모린의 눈을 마주보며 외치게 되었더랬죠.

그런데 렌트를 보면서 그리고 늘 렌트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늘 이런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작품은 좋은데 공감대가 약해~' 하고 말이죠. 사실 오페라 라보엠의 스토리를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동성애자들의 사랑이야기와 에이즈, 마약 등의 소재가 아직까지도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나 극중 가난한 아티스트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작품활동(?) 또한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모린의 음메 퍼포먼스는 재미있긴 하지만 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고 마크는 무슨 작품을 만든다고 저렇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지 콜린스는 대학강사라면서 왜 저런 애들하고 어울리는 건지 말이죠...

그런데 식견이 넓어진건가요 나이를 먹은건가요~ 학교를 떠나 사회인이 되고 나름 이런저런 방식으로 문화계를 기웃거리다가 다시 접한 렌트는 너무나도 와 닿는 작품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리지널 팀 공연의 의미

이번 시즌 렌트를 비롯 지킬앤하이드까지 대작들의 오리지날 공연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데 초연멤버인 '아담파스칼'과 '안소니랩'이 함께하는 렌트야말로 당당히 오리지날이란 타이틀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수많은 로저와 마크가 있었지만 기타가 그렇게나 잘 어울리는 로저는, 줄무니 목도리가 그렇게나 어울리는 마크는 아마 이 둘 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풋풋했던 1996년의 형님들과

2009년 우리를 찾아온 형님들


게다가 2008년 렌트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상황에서(2008렌트필름) 초연은 물론 2005년 영화 렌트까지 함께한 그야말로 렌트의 레전드인 이 둘이 함께하는 마지막 투어라니 렌트 매니아들은 물론 일반 뮤지컬 팬들에게도 이번 공연은 무척이나 유혹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서 그런지 렌트 오리지날 한국투어 첫 공연날인 9/8, 공연장인 KBS홀은 정말이지 시끌벅적했습니다. 렌트에 미친 뮤지컬 동호회 사람들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연극영화과 학생들 그리고 각 공연기획사 사람들까지 제가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만 해도 한가득이더군요~

오리지날 투어답게 로비에서는 이런저런 이벤트도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한정판 렌트 기타 판매라던가 조나단라슨에게 보내는 메세지 등이 그런거였죠. 그중 하나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조나단 라슨에게 보내는 어느 팬의 메세지

to 조나단 라슨
제가 렌트를 처음 접했을 때가 열 다섯 살이었을 거에요. 90년대 중반, 토니 상 시상식을 보던 중이었지요. 렌트는 저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까지도 감사할 수 있게 해 주었으니까요. 제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오스카
(번역해주신 미투데이 vibes님 감사드려요 ^^)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렌트...
조나단 당신은 이 글을 보고 있나요?


이제야 이해하게 된 그들의 삶

아무튼 렌트를 처음 접하고 8년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네요. 그동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답시고 방송국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무대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프리랜서 생활을 통해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과 날아갈 듯한 행복도 맛보았지만 한 순간 낙오되면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냉혹한 현실도 경험했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힘든 사랑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또 한 번 무대에서 만난 렌트는 오랜동안 친하게 지냈지만 이제야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된 친구처럼 그렇게 새롭게 느껴집니다.

에이즈 환자인 로저와 미미는 자신이 죽게 될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서로 사랑에 빠져들게 되었는지도 이제는 알 것 같고, 콜린스와 앤젤의 동성애 사랑도 이젠 '그럴 수도 있는' 사랑으로 느껴집니다. 서로 사귀다가 헤어지고 또 그 친구와 사귀는 그런 복잡한 관계도 그들의 불안정한 삶과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라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불량세입자 퇴출에 반대하는 모린의 퍼포먼스도 이제는 괴상하기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에 들었던 건 라이프 까페에서의 '라비보엠'이었습니다. 친구 베니와 점잖은 사업가 그레이를 조롱하면서 한바탕 놀이를 벌이는 이 장면은 예전엔 그저 권위와 기득권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장면이라고만 생각했더랬죠. 하지만 이제 다시 보니 이 보헤미안 친구들은 자신들의 불안하고 힘든 삶을 유지해 나가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이 장면에서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어떤 자극도 유연하게 받아넘기는 유머와 주변의 시선에 절대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솔직함, 그것만이 이 가난한 아티스트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이며 돈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었습니다. 그리고 늘 그 경계에서 어느 한쪽에 정착하지 못해 불안해하고 방황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우리처럼 그렇게 살라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는 것 같더군요.

Viva La Vie Bohem!!


'Viva La Vie Bohem! 보헤미안의 삶 만세!' 이 문구가 이렇게 와 닿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뉴욕의 뒷골목에 살고 있는 우리 가난한 보헤미안 친구들이 마치 방황하고 힘들어하고 눈물짓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웅크리고 있지 말라고, 더 이상 눈물짓지 말라고, 방황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세상에 당당하게 맞서라고 말이죠.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고 오직 오늘 뿐이니까요.
No Day But Today fin

p.s. 끝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what you own 연습장면과 2009투어팀 인터뷰 동영상을 첨부할까 해요. 2008년 12월 촬영한거니까 이번 투어를 위한 연습인 거 같네요. 공연장면만 보다가 이렇게 연습장면을 보니 좀 신선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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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ISTORY 2009.09.18 11:42 신고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뮤지컬'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blog@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joogoon.net 주군 2009.09.18 15:22 신고

      아 감사합니다~
      이것도 선정이 되어야 하는건가봐요~
      뮤지컬이나 공연리뷰를 많이 쓸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영화와 다른 무대공연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라면 각 프로덕션마다 색깔이 다른 여러가지 버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일텐데요, 특히 음악이 주를 이루는 뮤지컬은 각 캐스팅에 따라 각각 다른 OST[각주:1]가 존재하는 셈이니 팬으로서는 각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를 놓칠 수 없겠죠. 더군다나 Youtube등 인터넷 멀티미디어 컨텐츠가 대중화되면서 오리지날 캐스팅[각주:2]과는 또다른 느낌과 색깔의 버전을 쉽게 비교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뮤지컬 렌트의 좀 독특한 버전이랄까요? 'filmed live on Broadway 2008' 버전을 살펴보겠습니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서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된 이 작품은 2008년도 브로드웨이 버전의 막공을 라이브로 찍어서 극장에서 상영해버린 우리나라에선 접하기 힘든 케이스인데요, 그들의 문화컨텐츠가 부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영화라고 해야할 지 공연이라고 해야할 지 좀처럼 구분이 힘든 경우네요~ (티저광고와 DVD 소개멘트를 보니 12년동안 장기공연했던 렌트의 마지막공연이라는데 정말 마지막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 맛보기 1. rent



오프닝 넘버인 "Rent"입니다. 앞부분은 잘라내고 Rent 부분만 재생하고 싶은데 유튜브에 없네요 ㅎ
이번 버전에서 눈에 띄는 캐스팅은 마크역의 Adam Kantor입니다. 전 줄무니 목도리를 하고 있는 마크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해리포터 생각이 나곤 하는데요, 마크의 그런 귀여운(?)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오리지날 마크보다도 훨씬 잘 어울리는 군요. 심지어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다고 하니, 앞으로 장래가 촉망됩니다 그려~


> 맛보기 2. another day



이번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씬 중 하나인 another day입니다. 이 장면을 올릴까 말까 살짝 고민한 이유는 로저역을 맡은 Will Chase란 배우의 이미지 때문인데요. 워낙에 아담 파스칼의 로저에 익숙해져 있는지라 수염도 안기르고 허여멀끔한 로저는 뭔가 좀 어색합니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금발의 앵글로색슨 로저는 좀 느끼하기까지 하네요~

이번 캐스팅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흑인 미미가 등장했다는 걸까요? 오리지날에선 백인이었던 미미가 영화버전에선 라틴계로 나오더니 흑인으로 막공을 치르는군요~ 워낙에 샐러드볼 뮤지컬이다 보니 각 등장인물의 인종이 어떻게 바뀌어도 상관이 없는 작품이긴 한데 흑인 미미와 로저의 사랑은 좀 새롭긴 합니다.


> 맛보기 3. christmas bells



렌트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christmas bells'입니다. 모든 캐스트가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멜로디를 노래하다가 나중에 합쳐지는 전형적인 형태의 뮤지컬 넘버인데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무대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이런 장면은 뮤지컬만이 가질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근데 전 왜 늘 콜린스가 청소부처럼 보이는걸까요?

더 많은 씬들을 올리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도 있고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더 보고 싶으시면 DVD나 유튜브등 각자의 방법으로 구해서 보시길 바래요. 참고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몇 개 있는데요. 공연실황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느라 그런건지 인터미션까지도 자막으로 카운트 해가면서 그대로 보여주더군요. 극장에서 화면에 인터미션이라고 나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그리고 커튼콜 때 오리지날 캐스트들과 함께 'Seasons of Love'를 부르는 장면은 렌트 팬들에게 가장 즐거운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공연이다 보니 팬서비스와 함께 관객들의 반응도 남다르군요. 오리지날 마크와 콜린스, 앤젤은 확실히 알아보겠던데 아담파스칼은 빠진 거 보니 오리지날 멤버 중 가장 유명인사가 되어 바빴던 걸까요?

그리고 위키피디아를 짧은 영어실력으로 뒤져보니 베니역의 Rodney Hicks와 'Seasons of Love' 솔로 Gwen Stewart가 오리지날 공연에도 출연했던 멤버라고 하고, 폴 역의 Shaun Earl 은 유일하게 영화 렌트에 출연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느 팬이 올린 아래 remembrance 영상을 보니 렌트 막공이 맞긴 맞았나 봅니다.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린 것 같네요. 갑자기 아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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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영 2009.06.14 12:52 신고

    '어나더 데이'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장면인디, 위의 미미도 별로 맘에 안 들어~ 전에 동영상으로 보니 김수용이랑 정선아가 했던 우리나라 로저랑 미미가 오히려 더 괜찮은 듯~ㅎㅎ (개인적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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